메롱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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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안 미미여사의 책이라면 그냥 믿고 달렸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약간은 시들해졌다. 그래도 오랫만에 미미여사를 만나고 싶어서 아직 안 읽은 책을 체크. 별로 좋아하지 않는 초능력 판타지물인 <크로스파이어>나 <구적초>, <가모우 저택 사건>을 제외하고 남은 게 <메롱>정도였다. 제목이 다소 장난스러워 보이긴 했고, 두께가 무지막지했지만 그래도 미미여사표 시대물은 꽤 취향에 잘 맞아서 읽기 주저없이 선택! 

  오랫동안 도시락 가게를 운영하는 시치베에 밑에서 숙수로 성장한 다이치로. 자신의 운명을 시치베에의 손에 맡긴 그에게 시치베에는 젊은 시절부터 바랐던 요릿집을 차리고 싶다는 꿈을 다이치로를 통해 이루려 한다. 이에 괜찮은 점포를 구해 이제 갓 요릿집을 시작한 다이치로네 가족. 하지만 모처럼 개업 준비로 바쁜 때에 이 집의 외동딸 오린은 앓아눕는다.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기고 겨우 살아난 오린. 그 뒤로 오린의 눈에는 부모님의 가게인 후네야에서 살고 있는 다섯 명의 귀신이 보이기 시작한다. 늘 자신에게 메롱을 하는 오우메, 젊은 무사 겐노스케, 솜씨 좋은 안마사 와라이보, 상냥하고 예쁜 오미쓰, 그리고 후네야가 첫 손님을 맞이했을 때 난동을 부린 덥수룩이까지. 이 다섯 귀신은 삼십 년 전 집 근처에 있었던 고간지 절의 사건과 깊은 관계가 있는 듯한데... 대체 30년 전 고간지 절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어린 오린은 다섯 귀신을 성불 시키기 위해 나름의 조사를 시작한다.

  고생이란 모르고 자란 어린아이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나름의 조사를 시작한다는 점이나 인간이 아닌 존재(귀신 혹은 요괴)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사바케> 시리즈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사바케>의 경우에는 요괴들이 도련님을 돕기 위해서 사방팔방 뛰어다닐 수 있었다면, <메롱>의 귀신들은 후네야 밖으로는 나올 수 없었기에 오린 혼자서 머리를 짜내 정보를 모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이 달랐다. 아마 미미 여사의 앞선 에도 이야기와 달리 <메롱>이 제목처럼 더 가볍고 익살궂은 느낌이라 <사바케>랑 비슷하게 느껴진 것 같기도 했다. 

  정통 추리소설으로 읽기엔 지나치게 가볍고, 그렇다고 마냥 가볍게만 보기엔 아픈 사연이 있었던 책이었다. 오랫만에 만난 미미 여사는 여전히 미미 여사답게 술술 읽혔지만, 약간은 밋밋한 느낌이 들어서 아쉬웠다. 안그래도 착한 캐릭터들이 잔뜩 등장하는데, 여기에 권선징악이라는 뻔한 결말도 재미를 좀 반감시킨 것 같다. 이래저래 불만이 많지만, 그래도 읽는 순간만큼은 꽤 재미있게 읽었던 책. 미미 여사의 새로운 작품들이 오히려 더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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