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란 무엇인가 - 책 만드는 사람의 거의 모든 것에 대하여
김학원 지음 / 휴머니스트 / 2009년 8월
구판절판


"늘 배우고 익혀라." 이 말은 수습 편집자를 위해 가장 유용한 강령이다. 사실 이 기간 동안 출판사에서 다루는 모든 잡무는 다 익혀야 한다. 각종 서류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일에서부터 다양한 정보를 모으고 사내외 사람들과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일까지 어떤 것이든 하찮다고 무시하지 마라. 편집에서는 사소한 것이 가장 위대한 것이다. -34쪽

저자는 기획의 시작이다. 괜찮은 신간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편집자는 바로 저자를 고민한다. 누가 적절한 저자일까? 훌륭한 기획안을 세워도 적절한 저자를 찾지 못하면 유보할 수밖에 없다. 섭외에 성공하여 저자가 계약서에 서명을 해야 기획은 개발 과정으로 들어간다. 저자는 편집의 시작이다. 저자가 원고를 보내면 출간 일정을 정하고 편집에 나선다. 저자는 편집의 마무리다. 편집자가 작업한 교정지를 저자가 최종 확인을 해야 편집이 마무리에 들어간다. 교정지에 대한 저자의 수용은 인쇄 일정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것이기도 하다. 이렇듯 저자는 기획과 편집의 시작이며, 마무리까지 편집자와 거의 한 몸처럼 움직이는 편집자의 결정적인 고객이자 동료이다. -41쪽

미국의 대표적인 출판사 가운데 하나인 사이먼 앤드 슈스터사에서 41년 동안 편집자로 일한 집시 다 실바는 기고문 <편집자와 저자>에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이렇게 고백한다. "편집자는 대부분 알려지지 않는다. 우리는 글, 창조적 아이디어, 책을 사랑하기에 이 일에 매진할 뿐, 우리가 주목받길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의 공헌을 깊게 이해한 저자가 머리말이나 감사의 글에서 우리의 이름을 언급하고자 하면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허락할 뿐이다. 우리는 편집자라는 직업이 최선의 책을 위해 묵묵히, 무명으로 공헌하는 직업임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우리 스스로를 하찮게 여기지 않는다." -51쪽

'대중적으로 읽히는 글'에 대한 경박한 강조를 버려라. 독자들은 '쉽고 친절한 글'만이 아니라 '깊고 탄탄한 글'에 더 깊은 신뢰를 보낸다. -83쪽

훌륭한 원고가 그만큼의 가치를 다하는 훌륭한 책으로 태어나려면 초고에서 탈고까지, 즉 최종 원고가 편집의 단계에 들어가기 전까지 편집자는 다양한 거리 두기와 '저자-원고-책-독자-독자 환경'의 시선으로 책의 구체적인 상을 그려야 한다. 책을 가장 정확하고 매력적으로 설명하는 단 하나의 단어는 무엇인가? 가장 짧은 묘사, 단 한 줄의 문장은 무엇인가? 하루 평균 100종 이상의 신간이 쏟아지는 서점에서 이 책의 특징과 장점을 한눈에 드러내는 표지, 장정, 제목, 부제는 무엇인가?
독자의 언어, 서점의 언어, 독서 환경에서 사용하는 언어로 메모하고, 틈만 나면 고쳐 쓰고 다시 생각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더 이상 고민하는 건 시간 낭비일 뿐이야." 자신이 그리는 책이 만족스럽게 이렇게 이야기할 때까지 고치고 또 생각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86~7쪽

독자가 '꼬꼬댁'을 원한다고 '멍멍'을 외치는 저자에게 '꼬꼬댁'이라고 말할 것을 강요하지 마라. 이것은 기획이 아니라 고문이다. 기획은 '멍멍'을 외치고 싶은 저자와 '멍멍'을 듣고 싶어 하는 독자가 만나 행복한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1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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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7 23: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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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7 23: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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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8 12: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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