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짱은 내친구 - School Days with a Pig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그냥 보고만 있어도 훈훈해지는 츠마부키 사토시. (그의 작은 키는 아쉽지만 논외로 하고.) 가끔 안구정화의 목적으로 그의 출연작을 보곤 하는데, 우연히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이 영화 <돼지가 있는 교실>이다. 2009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JIFF 최고 인기상을 수상했다는 작품이니만큼 츠마부키 사토시를 볼 수 있다는 것 외에도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해준 영화였다.



  6학년 2반의 담임을 맡고 있는 초보 교사 호시. 그는 어느 날 학교에 돼지를 데리고 와 아이들에게 이 돼지를 키워 나중에 잡아 먹자고, 이 돼지를 통해서 여러분이 생명을 먹는다는 것의 의미를 직접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돼지를 키우는 일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고 미리 경고(?)했지만, 아이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 돼지에게 P짱이라는 이름도 붙여주고, 운동장 한 켠에 P짱의 보금자리를 만들어주는 등 아이들은 P짱을 키우기 시작한다. 학부모들의 항의와 다른 학급의 항의 등의 곤란한 일들도 있었지만, 호시 선생님의 반 아이들은 모두 하나가 되어 P짱을 돌본다. 그리고 점점 다가오는 졸업식. 애초에 목적처럼 식육센터로 보내 P짱을 없애기엔 이미 너무 P짱과 정이 든 아이들. 아이들은 P짱의 앞날을 놓고 팽팽한 토론을 벌이는데... 
 


  생물의 삶의 길이를 과연 누가 정하는 것일까, 하나의 생명체를 먹는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를 아이들은 P짱을 통해 직면한다. P짱을 3학년 생들에게 물려주자는 입장과 애초에 목적대로 잡아먹어야 한다는 의견으로 팽팽하게 갈린 아이들. 저마다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는 아이들이었지만, P짱에 대한 애정만큼은 모두 같았다. 1년 간 P짱과 함께 해온 추억을 통해 생명에 대해 좀더 진지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된 아이들. 애초에 호시 선생이 돼지를 데리고 왔을 때 말했던 것처럼 '인간은 살기 위해서 먹어야 한다. 음식의 소중함과 살아있는 것을 먹는다는 것, 생명이 있는다는 것을 직접 몸으로 느끼게 된' 것이다. 



  대부분 아이들의 입장에서 영화가 진행되지만, 중간에 두 학부모의 견해가 잠시 등장하는데 이 부분도 꽤 마음에 와 닿았다. 음식점을 하는 한 아버지는 "나도 어릴 때 기르던 돼지를 잡는 어른들을 보면서 악마라고 생각했었어. 하지만 그 악마가 잡은 돼지고기가 상당히 맛있어. 안 좋은 냄새를 제거하고, 먹기 좋게 부드럽게 삶아먹고 뼈는 가루내어 밭에 뿌리게 되지. 뭐 하나 버릴 게 없는 거야. 함부로 죽이면 그건 야만인이지. 악마가 그렇게 말했어"라고 말한다. 또 다른 아버지는 호시 선생에게 아이의 말을 빌어 "생선이 죽어 있는 것은 열심히 살았기 때문이라고 얘기했습니다. 열심히 살아가는 것들을 헛되이 하지 말자고. 전에는 이런 말을 해줘도 듣는 척 마는 척 했는데, 선생님과 저 녀석(P짱) 덕분이 아닐까요"라고 말한다. P짱의 거취를 놓고 고민하는 아이들, 그리고 그런 아이들에게 어떤 결말을 강요하기보다는 아이들이 스스로 결정을 내릴 때까지 지켜봐주는 어른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애초에 츠마부키 사토시 하나만 보고 고른 영화라 아무 정보 없이 봤는데, 영화를 보고 찾아보니 1990년 오사카의 한 초등학교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을 영화화한 것이라고 한다. 또 영화 후반부에 P짱을 잡아먹느냐 마느냐를 가지고 논쟁하는 부분에서는 별다른 대본없이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직접 말할 수 있게 했다고 한다. (그래서 더 가슴에 와닿은 건지도 모르겠다.) 그저 가볍게 웃으면서 볼 수 있는 내용은 아니었지만, 보면서 생명을 먹는다는 것의 고마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었다. 영화처럼 직접 돼지를 키우며 생명의 중요함을 깨닫는 경험은 쉽게 할 수 없으니 아쉬운대로 영화를 통해 살아 있는 생명을 먹는다는 것에 대해 아이들도, 어른들도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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