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 플랜 모중석 스릴러 클럽 19
스콧 스미스 지음, 조동섭 옮김 / 비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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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내 말이 옳았다. 우리는 그 돈이 꼭 필요하다고, 그 돈 없이는 살 수 없다고-형과 루는 아마도 그렇게 주장했을 것이고, 우리 부모가 더 오래 살아서 함께 이 상황에 처했다면 역시 그렇게 주장했을지 모르지만-주장할 수 없었다. 그런 식으로 보자면, 우리 부부의 삶이 힘겨운 투쟁은 아니었다. 우리는 탄탄한 중산층이었다. 미래를 걱정한다 해도, 어떻게 먹고살지, 고지서를 어떻게 낼지,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지 걱정하는 게 아니라, 더 큰 집, 더 좋은 차, 더 세련된 가전제품을 장만하기 위해서 어떻게 저축할지를 걱정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에게 그 돈이 절실하지 않다고 해서, 우리가 돈을 원하지 않을, 다른 구제 수단으로 보지 않을, 그 돈을 갖기 위해 애쓰지 않을 이유는 없다. -69쪽

지금 생각하니, 그때 나는 행복했다. 안전하다고 느꼈던 것 같다. 새해 전날이었다. 나는 서른 살이었고, 결혼 생활도 만족스러웠고, 곧 태어날 첫 아이도 있었다. 아내와 나는 함께 몸을 감고 침대에 누워 있었다. 방금 사랑을 나눴고, 우리 밑에는 말 그대로 보물처럼 숨겨진, 4백 4십만 달러가 있었다. 잘못된 일은 아직 아무것도 없었다. 모든 것이 새로웠고, 앞날은 밝았다. 이제 되돌아보면 그때가 여러 면에서 내 인생의 완전한 정점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전의 모든 것이 발전되어 상승한 상태고, 이후의 모든 것은 하락하는 지점. 지금 돌아보니, 그때에는 우리가 벌인 일로 벌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전혀 할 수 없었다. 우리 범죄는 너무 사소해 보였고, 우리 행운은 너무 커 보였다. -7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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