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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커피 1
기선 지음 / 애니북스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아침에 잠 깨려고 마시는 커피, 식사 후 마시는 커피, 친구들끼리 수다 떨며 마시는 커피 등등 생각해보면 내 생활 속에서 커피는 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사실은 커피보다는 홍차를 더 좋아하는 편인데, 작년 겨울에 홍차 때문에 '카페쇼'에 갔다가 되려 커피에 혹하게 됐다. 뭐 그래봐야 그 이후 바뀐 것이라면 '인스턴트 커피'에서 '원두 커피'로 노선을 변경했다는 정도였지만. 어쨌거나 원두 커피를 마시다보니 점점 커피에 대해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던 차에 우연찮게 만나게 된 책이 바로 이 책 <오늘의 커피>다.
이 만화를 그리기 위해 커피미학, 우리커피연구소 등에서 바리스타 교육을 받았고, 바티스타 자격을 따내고자 열심히 준비중이라는 작가의 프로필과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기획창작만화 제작지원사업'의 선정작이라는 띠지를 보고 이 만화가 단순히 가벼운 '커피를 소재로 한 만화'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읽기 시작한 책은 적당히 가벼우면서도 내용은 알찬 알짜배기 '커피 만화'였다.
자기 스스로 천재 바티스타라고 생각하는 나기태. 하지만 설탕과 우유가 들어가는 커피나 디저트 등이 커피의 맛을 해친다고 생각하는 다소 반사회적인(?) 취향의 소유자다. 뭐 당연하게도 그의 커피숍은 맨날 파리만 날리는 상황. 게다가 이제 맞은 편에는 4층짜리 큰 커피숍이 생기고, 게다가 그 커피숍의 매니저로는 자신의 친구가 들어오는 상황. 누구보다 지는 걸 싫어하는 기태는 대기업의 회장인 할아버지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할아버지는 기태를 도와줄 생각이 없어보인다. 그렇게 방황하던 기태는 우연히 사람들이 너도나도 찾는 커피자판기를 보게 되고,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자판기 커피를 뽑아 마시게 된다. 그리고 자판기커피를 마시고 그동안 한 번도 맛보지 못했던 천국의 맛을 느낀다. 이에 자판기 커피의 배합을 만든 천재적인 바티스타를 만나고자 기다린 끝에 결국 기태는 나사가 하나쯤 풀린 것 같은 여자아이가 그 주인공임을 알게 된다. 커피에 대해서는 아무런 지식도 없지만 천재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는 오난지. 위기에 처한 그녀를 구해주고 기태는 그녀를 바티스타로 영입해 커피숍 재건을 위한 노력을 시작하는데...
단순히 천재적인 재능은 가지고 있지만 커피에 대한 지식은 개뿔 없는 여주인공이 바티스타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책이 아니라 '오늘의 커피 메뉴'나 '만화가 K의 커피노트'를 통해 커피에 대한 상식을 전해주는 것이 좋았다. 특히 신선했던 메뉴는 '자양강장 식사대용 커피'. 거대한 머그컵에 인스턴트커피믹스를 6~7개 풀어서 마신다는 다소 무식한 이 메뉴는 정신이 번쩍 드는 자양강장 효과에 당분 섭취도 과다해 식사대용으로 훌륭(-_-)하다고. 어쨌거나 단순히 '재미'만 따져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만화지만, '정보'를 전달하는 측면에 있어도 매력적이었던 책. 다음권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