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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사생활
이응준 지음 / 민음사 / 2009년 4월
평점 :
워낙 여기저기서 광고도 많이 접하고, 통일 대한민국을 그리고 있다는 소재에 좀 끌리기도 해서 관심을 갖고 있다가 얼마 전에는 작가가 직접 메가폰을 잡아 영화로 만든다는 기사를 보고 '대체 어떤 작품이길래'라는 궁금증이 들어 읽기 시작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 했던가. 2011년 드디어 통일이 이뤄진다. 그리고 5년이 지난 2016년. 통일 대한민국은 여전히 혼란과 무질서가 지배하고 있다. 그런 상황 속에서 폭력 조직 '대동강'의 조직원인 병모가 죽는다. 문 형사가 병모를 죽였다고 생각하는 조직원들. 하지만 그의 죽음이 뭔가 석연찮았던 리강은 병모의 죽음을 파헤치기 시작하고, 어느새 넘지 말아야 하는 선을 넘어 자신의 목숨도 위험해지는데...
저자는 많은 참고자료를 통해 북조선에 대해, 그리고 분단된 대한민국에 대해 자기 나름대로 하나의 세계를 구현한다. 객관화된 자료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인지 작품은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60년이 넘게 분단되어 있었던 만큼 서로 다른 삶을 살았고,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졌던 남과 북. 물리적으로는 '통일'이 되었지만, 2016년의 통일 대한민국은 여전히 남과 북이 반목한다. 아니, 오히려 통일이 되면서 둘의 갈등의 골은 깊어진다. 이런 상황 속에서 '대동강' 단원들은 그림자처럼 자신들만의 세계를 만들어 사회를 장악하려 한다. 주민등록도 뭣도 없는 대포 인간이기에 그 실상조차 파악되지 않는 이들. 실제로 통일이 되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에 더 오싹했다. 하지만 이 책에 대한 감상은 딱 거기까지.
통일 후 대한민국이라는 소재는 굉장히 대중적이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 대중적인 소재를 대중적으로 풀어가지 않는다. 김진명처럼 아예 대중소설로 가던지, 아니면 통일에 대한 고찰을 담아 좀더 진지한 소설으로 방향을 잡았으면 좋았을텐데, 260페이지 남짓한 분량은 진지한 이야기를 담기엔 너무 짧았고, 가볍게 가기엔 내용이 너무 무거웠다. 책 소개에는 느와르라 표방하고 있지만, 이 책은 느와르 적인 '요소'는 있을 지 몰라도 본격 느와르라고 하기엔 또 영 어설프다. 여러 명의 등장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주인공인 리강을 제외한 인물들의 캐릭터는 개연성이 떨어진다. 이 인물이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야 하는데, 이 책 속의 등장인물들에겐 그게 없다. 뭐 아무 이유 없이 어떤 행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통일 대한민국이 주는 혼란에서 온 것이라고 끼워맞춰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거나 이런저런 어설픔과 어정쩡함이 이 책을 이도저도 아니게 만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큰 기대를 안고 읽은 책이었는데, 읽고 나니 왠지 '낚였다'는 생각이 들었던 책. 영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