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미술 이야기 - 피렌체편 - 김태권의 미술지식만화
김태권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십자군 이야기>로 처음 만났던 김태권. 사실 <십자군 이야기>도 화풍(?)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읽기를 망설였는데 정작 읽기 시작하니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주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전공을 살려(서울대 미학과 출신) 미술에 대한 썰을 풀어놓았다. 

  저자는 화자로 16세기에 살았던 미술사학의 효시라 할 수 있는 조르조 바사리를 앞세워 미술사에 있어서 가장 찬란하고, 가장 파란만장했던 르네상스 시대의 피렌체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르네상스 미술가 열전>이라는 책을 쓴 바 있는 바사리가 과거로 돌아가 도나텔로, 보나첼리,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안젤로 등의 거장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전해준다는 방식으로 구성해서 단순히 이미 죽은 거장들의 삶을 멀찌감치서 보여준다는 느낌보다는 마치 눈 앞에서 그들이 티격태격 싸우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생생하게 다가왔다.

  만화로 어떻게 풀어간다고 해도 좀 어렵지 않을까 겁먹었는데 생각보다 쉽게 읽어갈 수 있었다. 물론 이렇게 만들기까지 작가는 엄청나게 고생했겠지만 그 덕분에 항상 미술은 어려워했던 나같은 초짜도 미술작품과 화가들의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울 수 있었다. 특히 다방면에 소질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먹튀' 일화들이나 그저 다비드상의 작가라고 생각했던 미켈안젤로의 건방짐을 보여주는 일화들이 기억에 남았다. 또, 이 두 사람의 끝내 승부를 내지 못한 대결도 인상적이었다. 

  단순히 '지식 만화' '교양 만화'로 독자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간간이 현실 풍자를 하며 웃음을 안겨준 점도 마음에 들었다. 예를 들면, 피렌체와 나폴리가 전쟁중일 때 피렌체의 수장인 로렌초가 나폴리에 등장해서 "가난한 신혼부부, 병든 노인들, 나폴리의 축제를 위해, 이 돈을 왕창왕창 퍼드릴까 하는데요?"라고 말하자 나폴리 시민들이 "허, 허본좌의 공약이 실현된단 말인가!"라고 기뻐하는 모습이나 로렌초가 죽자 도시의 실권이 비인기, 비호감이었던 장남 피에로에게 넘어간 뒤 그를 싫어한 시민들의 반응을 소개하며 "지지율 역대 최저, 모든 정책엔 악플만 달리는 군! 거의 대운하 수준인데?"라고 표현하는 등 현실을 적절하게 반영한 지문들이 많아 무릎을 치며 읽었다. 또, 엄친아, 하앍하앍, 므흣 등 인터넷 세대에게 친근한 어휘들을 사용했다는 점도 이제 갓 서양미술에 관심을 가진 학생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 같았다.

  <십자군 이야기>처럼 정보와 재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지 않고 잡은 책.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작가가 여러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다보니 다음 권이 나올 때까지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것. 이제 <십자군 이야기> 3권과 <르네상스 미술 이야기 -로마편>도 같이 기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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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학동네, 책선물 고마워요!
    from 엄마는 독서중 2009-07-05 22:15 
    지난 달 생일 페이퍼가 올라간 후, 책을 보내준다고 주소를 물어본 서재인이 있었는데 어제 도착한 택배상자를 열어보곤 깜짝 놀랐다. 한 두 권이 아니고 무려 아홉 권이나 보낸 그녀는 누굴까? ^^   상자에서 한 권씩 꺼내 펼쳐봤더니 바닥을 도배한 듯. ^^ 사진이 좀 어둡게 나왔네요. ㅜㅜ 출판사를 보면 책선물을 보낸 천사가 누군지 짐작되지 않을까요?^^   
 
 
다이조부 2009-10-02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매지님도 이 책 읽어 보셨구나 ㅎㅎ

이매지 2009-10-05 23:55   좋아요 0 | URL
제가 이런 류의 가벼운 교양도서를 좋아해서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