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도 병이고 사랑도 병이다 - 변종모의 먼 길 일 년
변종모 지음 / 달 / 2009년 6월
절판


나는 이제 여행자다. 길 위에서 생겨나게 될 모든 세상의 것들과 대면하고 돌아온 자리에서 다시 그것들을 그리워할 테지만 내 그리운 것들과 만나고 그것들 만나기 위해서 지금과는 멀어져 있는 현실을 만나러 가는 여행자다. -22쪽

잘못된 과거란 없다. 다만 잘못되어 가고 있는 현재가 있을 뿐. 아픈 것도 내 추억이며 슬픈 일도 내 추억인데 왜 말하지 못하고 왜 울지 못했던가? 나는 그렇게 우는 연습도 제대로 못한 채 어설픈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다. 비겁하고 나약한 마음이 새벽 강가의 물안개처럼 피어오른다. -27쪽

그래 어쩌면 이것이 올해의 마지막 행운인지도 몰라. 어쩌면 생애 처음 생긴 행운이자 마지막이 될 수도 있지만 상관없는 일이다. 어차피 계획에 없던 일이었으므로, 행운이란 계획 없이 이루어지는 것이니 그것 또한 누가 장담하랴. 아무도 모르는 세상. 지금처럼 살다보면 사라졌다가 나타나는 무수한 것들이 있을 텐데. 기대하지 말고 만나자. 그러다가 다가온 행운 앞에 살짝 웃어주며 바라보자.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38쪽

사랑은 속으로 상처를 내는 일이다. 그 상처가 단단해져 행복하거나 시들어 병들어 가는 것. 오래된 것들은 사라지고 없어질 줄 알았으나 절대로 없어지지 않는 일이 분명 있다. -49쪽

모든 상황이나 현상은 시간이 지나면 달라지고 변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절대로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은 시간도 해결해주지 못하는 것. 과거에는 행복이었다가 현재에는 독약이 되는 것들이다. 하지만 나는 안다. 눅눅한 나의 마음에 습기를 가하는 이 8번 방이 어쩌면 누군가에겐 행운의 방이었는지도 모른다는 것을. -53쪽

낯선 곳에서 길을 잃게 된다면 자신이 잃어버린 정보에 집착하기 보다는 그곳에서 만나게 될 새로운 것들에 대하여 여유로운 마음으로 침착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그리고 조심조심 걸음을 옮기는 일.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는 것이다. 어차피 자신이 준비한 정보도 낯설기는 마찬가지일 테니까. -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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