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톰의 슬픔
테즈카 오사무 지음, 하연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만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어린 시절 한 번쯤은 <밀림의 왕자 레오>나 <우주소년 아톰>과 같은 만화를 접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데즈카 오자무는 앞서 언급한 작품 외에도 약 700여 편의 만화와 60여 편의 애니메이션을 남긴 재패니메이션의 창시자다. 그런 데즈카 오자무의 삶, 그리고 그의 세계관를 엿볼 수 있는 책이 바로 이 책 <아톰의 슬픔>이다. 사실 데즈카 오자무의 삶이나 그의 작업세계보다는 텍스트로 아톰의 형상을 그린 표지가 마음에 들었다는 다소 불순한 동기로 읽게된 책인데 표지만 좋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꽤 고민해 볼 메시지가 많이 들어 있는 책이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우주소년 아톰>과 같은 만화는 그저 아이들이나 보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저자가 만화 속 등장인물을 통해 전하려 한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느끼며 그저 그런 만화가 아니라 '휴머니즘'을 가진 하나의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파괴되는 자연에 대한 안타까움, 소외되는 인간에 대한 안타까움, 그리고 전쟁의 잔혹함에 대한 이야기까지 저자는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의 부조리와 모순을 감싸 안고 자신의 작품을 통해 이를 조금이나마 치료하고자 노력했다.

  데즈카 오자무가 죽은 지도 거의 20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그가 남긴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하릴없이 정보 중독에 빠져든다고 경고하는 부분에서는 무의미하게 클릭하게 되는 수많은 인터넷 기사가 떠올랐고, 상업주의를 통해 아이들이 규격화된 인간이 된다는 부분에서는 너나할 것 없이 닌텐도 게임을 하는 초등학생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밖에도 무척 힘들었지만 돌이켜보면 그마저도 아름다웠노라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박정희 정부가, 자연과 인간성을 외면한 채 오직 진보만을 추구하는 모습에서는 개발을 위해 환경을 서슴없이 파괴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제법 얇은 분량이고 저자의 어린 시절 이야기나 작품 이야기가 곁들여져 가볍게 읽을 수 있었지만, 한 편으로는 결코 가볍게 읽을 수 없었다. 점점 자신 이외의 환경이나 사회에 관심을 잃어가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따뜻한 마음으로, 조금만 더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자고 이 책은 조용히 외친다. 책을 놓으며 그 작은 외침을 더 많은 사람들이 들어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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