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당신의 인생을 구할 것이다
A.M. 홈스 지음, 이수현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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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슬처럼 이어진 집들이 계곡 벽을 따라 위아래로 퍼져 있다. 사회적인 사슬, 경제적인 사슬, 먹이사슬이다. 목표는 꼭대기, 언덕의 왕이 되는 것이다. 이기는 것이다. 모두들 옆집을 내려다보며 자기들이 더 낫다고 생각하지만, 언제나 아래에서 밀고 올라오거나 위에서 내려다보는 사람이 있다. 영원한 승자는 없다.
그는 집의 꼭짓점, 두꺼운 창유리 두 장이 만나 배 앞머리처럼 언덕 위로 튀어나온 날카로운 모서리에 서 있다. 그는 서 있다. 선장, 왕, 주인, 그리고 스스로 만든 감옥의 죄수. -9쪽

그는 그곳에 누워 자신이 얼마나 철저하게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지우고 의무를 없애버렸는지, 얼마나 바보같이 독립적이었는지 깨달았다. 그는 아무도 필요로 하지 않았고, 아무도 알고자 하지 않았으며, 어느 누구의 인생에도 끼어들려 하지 않았다. 어찌나 철저히 스스로를 의무의 세상으로부터 고립시켰던지 자신이 아직 존재하고 있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25~6쪽

미국에선 모두가 거물이죠. 이미 많이 가졌는데 다들 더 갖길 원해요. 우리나라에선 모두가 보잘것없어요. 더 쉽죠. 여기 사람들은 언제다 다른 사람이 되려고 해요. 의사에게 가서 새 코를 얻고, 가슴을 더 크게 부풀리죠. 왜 멀쩡한 코와 좋은 날씨에 행복해하지 않는 걸까요? (중략) 설명해봐요. 왜 미국에선 모두가 장님 행세를 하죠? 미국인은 보지 않는 연습을 해요. 차에 타면 휴대전화로 사람을 부르죠. 혼자 있는 건 무서워하면서 주위에 있는 사람은 보지 않아요. -49쪽

"다행히도 보는 것만큼 지독하진 않아요."
"그게 문제예요. 사람들은 보이는 게 진실이라고 생각하거든요."-87쪽

사람은 자기에게 시간이 얼마나 있는지 절대 알 수 없는 법이야. 촌스러운 소리인 줄은 안다. -125쪽

"음식이 당신에겐 어떤 의미죠?"
"모든 것이요. 모든 것을 의미해요. 사랑, 영양, 편안함, 보살핌. 오히려 물어야 할 건 당신에게 음식이 어떤 의미냐가 아닐까요?"
"처음 식이요법을 시작했을 때는 몸을 가볍고 건강하고 깨끗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지금은 그저 습관과 삶의 체계가 되어버렸어요."-142쪽

고통은 정상입니다. 아픔은 정상입니다. 삶의 일부죠. 그렇다면 우리는 왜 여기에 있을까요? 우리는 왜 고통을 두려워할까요? 왜 고통을 피하고 막으려 할까요? 왜 고통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할까요? 우리는 약을 먹고, 명상을 하고, 고통받지 않으려 애씁니다. 고통이 무엇입니까? 고통이 표현하는 것, 그러니까 감정의 깊이, 우리의 애정,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욕망, 자아, 그 모든 것이 우리를 끌어내릴 수 있나요? 이번 주, 여행의 첫머리에서 우리는 느끼는 그대로를 느끼고 그 느낌을 밀어내지 않으며, 그 느낌에 압도당하지 않고 오직 그에 주목하고, 숙고하고, 알기 위한 의지를 가질 것입니다. 고통의 본질은 무엇이며, 얼마나 무거운가? 고통의 의미는 무엇인가? 고통에 닿고, 고통과 가까워지고, 고통을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하십시오. 안녕, 고통, 난 여기 너와 함께 있어. 네 옆에 있어. 난 너야. 난 고통이야.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세요. 바로 지금. -214~5쪽

고통을 변화시켜라. 변화가 더 나쁜 쪽으로 이루어진다면 받아들여라. 뭔가가 변하면 그것을 참아내고, 인내하라. 그러나 참아낼 수 없다면? -218쪽

"마음에 들었어요. 가치 있었고, 아주 오랫동안 어떤 것에서도 받지 못한 자극을 받았어요. 돌아오고 나니 모든 것이 이상하게 느껴지고 어색하다는 것만 빼면 아주 좋았어요. 난 내가 생각한 그런 사람이 아니었어요."
"우리 중에 그런 사람은 없죠."
"사실 난 전혀 달라지지 않았는데, 전과 같은 게 아무것도 없어요."
"통증은 어때요?"
"뭐랄까,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 통증은 아직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분명히 그렇겠죠? 우리 모두 고통 속에 사니까요.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그게 신경 쓰이지 않습니다."-259쪽

"우리 모두 마음만 먹으면 훌륭해질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썩을 놈의 짐승들이지. 현실에 VIP실 따윈 없어. 그리고 이 도시에는 현실이 없지. 인터넷 검색으로 답을 찾을 순 없어. 사람들은 자기 인생을 살라고 지껄이지만 이게 바로 인생이야." 닉은 숨을 몰아쉰다. "다들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이든 이미 알고 있어. 다른 나라, 다른 풍경에서 사는 게 어떨지 상상해봐. 열기, 벌레, 공포. 바로 코앞에서 누군가가 철선을 건드리고 지뢰를 밟아서 말을 하다 말고, 담배를 피우다 말고 산산조각나는 걸 상상해봐. 몸에 살점을 뒤집어쓴 광경을 상상해보란 말이야. 집에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고 있는 녀석과 오 분 동안 이야기 나누는 상황을 상상해봐. 그거랑 뉴욕 북부에서 맥주를 마시고 총각딱지를 떼보려고 애쓰면서 여름 한철 조지 호수에서 구조원으로 일하는 삶의 차이를 상상해봐. 친구들을 시체 운반용 부대에 넣고 잠그는 모습을 상상해봐. 도대체 어떤 놈이 이게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한 건지 말해봐. 어떻게 아무도 화내지 않을 수 있지? 돌아버려야 마땅해. -291~2쪽

'이것을 보신 적이 있습니까?' 전신주에 붙은 종이에 신경이 쓰인다. 도대체 뭘까. 이 사람은 뭘 원하는 걸까? 그는 포스터를 한 장 뜯어 들고 집 안으로 들어가 전화해본다.
남자가 받는다. "예."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듣고 있습니까?"
"예."
"이 포스터가 무엇에 대한 건지 알고 싶어서요."
"뭔가 봤소?"
"고속도로 아래위에 잔뜩 붙은 종이를 봤지요."
"계속 보쇼." 남자는 전화를 끊는다. -306~7쪽

웨이터가 초가 꽂힌 디저트를 가져온다. "생일 축하드립니다. 제가 노래를 부르는 건 원치 않으시겠죠."
"아, 내 생일이 아닌데요." 리처드가 말한다.
"생일 맞잖아요. 부끄러워하지 말아요." 신시아가 말한다.
"촛불을 불어 끄세요." 웨이터가 말한다.
세 사람은 디저트를 같이 먹는다. 리처드는 계속 항의한다. "생일이 아니라니까요."
신시아가 말한다. "당연히 아니죠. 생일이라고 하면 공짜 디저트를 주는 식당이 많아서 그렇게 말했어요."-385~6쪽

"어렸을 때에 대해 기억나는 게 있나?" 리처드가 묻는다. (중략)
"난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 계속 생각하다가 어, 기억이 안 나네, 이런 게 아니야.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다가 갑자기 작은 부분이 떠오르고 이거 재미있군, 완전히 잊고 있었는데, 하는 식이지."
"우린 아무도 기억하고 싶어하지 않는 시대에 살아. 우리가 시작 지점에 있는 척 굴지. 우리가 사는 방식을 봐. 절벽 끝에, 단층선에, 지나다니는 길 위에 집을 짓고선 무슨 일이 생겨도 역사에서 배울 줄을 몰라. 똑같은 장소에 다시 짓지. 더 크게, 더 좋게." 닉이 술을 따른다. "몰락만 더할 뿐이야. 지금 우리가 가진 건, 사실과 우리가 현실이라고 부르기로 한 허구의 혼합이야."-388~9쪽

토요일, 그는 벤과 디즈니랜드에 간다. 바스는 앤힐의 집에 가 있다. 운전은 벤이 한다. 벤은 동부 해안에서 온 아이답게, 그러니까 주말에 운전을 배우고 여름에만 운전해본 아이답게 운전을 한다.
고속도로에서 벤은 오른쪽 차선을 고수한다. 수백만 명이 그 차선을 들락거리는 데도 바꾸지 않는다.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는 건가요?"
"아니. 전혀 그렇지 않아. 그냥 속도를 조금만 올리면 어떨까. 사람들이 돌아서 갈 필요 없게 말이다. 이 차선으로 차들이 계속 들어왔다 나가는데 시속 45마일을 유지하고 있으니 힘들지."
벤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속력을 48일로 올린다. -3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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