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순간 인생을 바꿀 마법빵 한 조각.

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늦은 시간 집에 돌아올 때면 어두운 거리에서 왠지 따스한 불빛을 내고 있는 빵집을 보곤 한다. 당장 빵을 살 건 아니지만 그래도 왠지 불이 켜져있다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되고, 고소하고 달콤한 빵 냄새때문인지 편의점과는 다른 인간다움이 있을 것 같은 장소. 뭐 그래봐야 현실은 빠리바게트나 뚜레주르같은 체인점이지만 왠지 빵집이라는 장소는 따뜻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래서인지 <위저드 베이커리>라는 다소 호기심 동하는 제목에 끌려 이 책을 읽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어린 시절 엄마가 청량리역에 버리고 갔던 기억을 가진, 어머니의 자살을 경험한 소년은 한마디 말이라도 할라치면 어버버할 정도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다. 이후 아버지는 재혼해 소년은 새어머니와 의붓 여동생과 불편한 동거를 시작한다. 처음에는 괜찮았지만 갈수록 위태롭게 흘러가는 새어머니 배 선생님과의 관계. 그냥 몇 년만 꾹 참고 대학에 가면 집을 나가리라 생각했던 것도 잠시. 소년은 여동생을 추행했다는 누명을 뒤집어쓰게 되고, 쫓기듯 집을 나와 평소 저녁을 사먹기 위해 찾았던 빵집에 뛰어든다. 24시간 문을 여는 이상한 빵집. 그곳에서 소년은 빵집의 놀라운 비밀을 알게 되는데...

  '위저드 베이커리'라는 제목답게 이 책 속에 등장하는 빵집은 보통 빵집이 아니다. 마인드 컨트롤을 도와주는 커스터드 푸딩에서부터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머랭 쿠키까지 갖가지 효능의 빵들이 등장한다. 소개글을 읽으면 '아...나도 한번 이런 빵을...'이라는 생각을 할 법도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장난으로 구입했던 빵때문에 상처받는 사람이 생기기도 하고, 빵 덕분에 사랑을 이뤘지만 시간이 지나 순간의 선택에 고통받는 사람도 생긴다.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구워지는 빵은 단순한 빵이 아니라 사람들의 욕망을 위태롭게 채워주는 도구다.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전적으로 그것을 사용한 사람의 책임이다. 자의던, 타의던 자신의 선택에 대한 결과는 결국 자기 자신에게 돌아온다. 이 책은 '마법 빵'을 통해 자신의 선택에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고 역설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내가 읽어온 청소년 소설은 다소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대개 발랄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어두움도 잘 보여준다. 새어머니인 배 선생의 이유없는 악의를 견뎌내는 소년의 모습은 독자에게도 고통을 안겨줄 정도로 잔인했다. 하지만 점점 독설과 이유없는 증오를 더해가는 배 선생의 태도를 보며 어린 시절에는 한 번쯤 '우리 엄마가 사실은 새엄마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는 아이들이 공감을 하며 읽지 않을까 싶었다. 소년을 둘러싼 지독한 현실과 소년이 숨게 된 달콤한 빵을 파는 빵집이 어울리지 않는 재료를 섞어 새로운 맛을 만들어낸 것처럼 잘 어울렸다. 
 
  책을 읽으며 얼핏 <해리포터> 류의 결말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는데, 영리한 작가는 두 개의 결말을 독자에게 안겨줬다. 하지만 마법빵으로 현실을 바꾸던, 마법의 힘을 빌리지 않고 좀더 강해진 소년이 현실에 맞서던 어느 쪽의 결말도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장에게 타임리와이더를 받았을 때의 소년은 이미 쫓기듯 위저드 베이커리로 뛰어들어온 소년이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완득이>에 이어 <위저드 베이커리>로 제대로 자리매김을 하는 것 같은 '창비청소년문학상' 다음에는 어떤 작품이 선정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더불어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신춘문예에 도전해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며 실력을 갈고 닦은 저자 구병모의 다음 이야기도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