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해 웃다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4월
장바구니담기


그 무렵 엄마는 늘 그 자리에 있었지만 한 번도 인식해본 적이 없는 외로움을 느꼈다. 엄마는 몸에 맞는 옷도, 신발도, 버스도, 의자도, 침대도 없는 스무 살이었다. 항상 난감해하는 사람들에게 괜찮다고 웃어 보였지만 실은 자신이 조금도 괜찮지 않다는 것을 엄마는 뒤늦게 깨달았다. -21쪽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서라면 나는 아는 것이 조금도 없다. 그들의 절망이 어떤 모양일지, 짐작도 할 수 없는 것이다. 내가 아는 것은 물개처럼 젖은 눈을 한 언니들이 내뿜는 희뿌연 담배연기, 남자들이 끝도 없이 밀고 들어오는 새벽, 죽고 싶을 때마다 대신 바라보려고 손목 아래 그려놓은 빨간 점선 같은 것뿐이다. 가끔 주머니에 손을 넣어 아프리카 한구석을 만져본다. 순간순간을 넘기면 하루가 지나간다. 의미도 목적도 없지만, 내 몫의 하루도 공평하게 지나가는 것이다. -50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