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연쇄살인의 끝 - DNA 과학수사와 잔혹범죄의 역사
김형근 지음, 한면수 감수 / 글항아리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케이블 TV에서 CSI 데이라고 하루종일 CSI만 틀어줄 정도로 이미 우리나라에도 CSI의 팬이 많다. CSI를 한 번쯤 본 사람이라면 드라마 속에서 CSI 요원들이 정액이나 혈흔을 체취해 이를 통해 현장에 있었던 사람(혹은 범인)들을 밝혀내는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주 작은 핏방울 하나, 침 한 방울에서도 DNA를 뽑아 범인을 밝혀내는 모습을 보면 실제로도 저런게 가능할까라는 의구심도 든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얼마 전 강호순 사건에서처럼 DNA를 이용한 과학수사는 진행되고 있다. 소위 과학수사라고 불리는 이러한 기법들은 어떻게 발전되어 온 것이고, 실제 사건에서는 어떻게 쓰이는 걸까? 그 대답을 이 책 <DNA 연쇄 살인의 끝>이 들려준다.

  총 3부로 구성된 책은 DNA 지문을 발견하는 과정에서부터 최초의 DNA 수사라 할 수 있는 콜린 피치포크 사건을 비롯, 애인에게 에이즈균을 주사했던 의사의 이야기, 사형 집행까지 이틀을 앞두고 있던 이가 DNA때문에 풀려내는 이야기 등 실제 사례로 이어지며 DNA가 범죄 수사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보여준다. 외국의 낯선 사례만 소개되면 다소 딴 나라 이야기처럼 들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동안 떠들썩했던 서래마을 사건이나 마지막에 부록으로 실린 한국의 DNA 과학수사의 실례를 통해 우리나라에서는 실제로 어떻게 과학수사가 이뤄지는지도 알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재미있게 읽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 않고 끌리는대로 발췌독을 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2부까지 소개되는 이야기도 재미있었지만, 3부에 소개되는 DNA를 이용해 역사적 사건을 검증하는 부분도 재미있었다. 자신이 러시아의 공주였던 아나스타샤라고 주장했던 여인을 둘러싼 첨예한 진위논란, 나치 정권에서 죽음의 천사라 불렸던 멩겔레가 브라질에서 이름을 바꾼 채 살고 결국 죽었지만 DNA때문에 뒤늦게라도 그의 정체를 밝혀낼 수 있었던 점, 감옥에서 죽은 것으로 알려진 루이 17세라고 주장한 남자를 둘러싼 또 하나의 미스터리 등 DNA가 단순히 범죄 사건을 해결하는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검증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었다. 죽은 시체나 오래된 머리카락 하나, 심지어는 딱딱하게 굳은 심장에서까지 DNA 뽑는다는 점에서 과학기술의 발달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CSI를 재미있게 보고 있는 사람이라면, 추리소설을 읽으며 DNA에 대해 좀 더 앍고 싶다고 생각한 사람이라면 읽을만한 가치가 있을 책.

덧) 중간에 CSI를 언급하면서 "CSI가 드라마로도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과학수사를 배경으로 한 각종 CSI 드라마가 쏟아져 나오면서 안방을 독차지해나갔다. 마이애미 CSI, 뉴욕 CSI도 모자라 시애틀 CSI, 시카고 CSI 등으로 확대되었다."라고 설명했는데, 내가 알기로 시카고 CSI나 시애틀 CSI는 없는데 어떻게 된걸까. 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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