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재처럼 살아요 - 효재 에세이
이효재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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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말로 남을 기죽이지
않으면 그 자체가 지구 평화다.
'왜 그랬는데?'가 아니라
'그랬니? 어머, 잘 했다'
진심으로 말해주는 것. -25쪽

말은 바람처럼 사라진다면 글은 밤하늘의 별처럼 새겨진다고 믿기에 이 책에 꼭꼭 박는 것, 그것 또한 나의 선물이다. -48쪽

지금 세상엔 핸드폰, 문자에...
그리움을 느낄 빈 공간이 없다.
사람은 멀리 있으나
군데군데 사진 붙여놓고,
늘 마음에 끼고 산다.
공책 속의 책받침처럼.
사진 속의 사람을 보면
그리움이 덤으로 느껴져서 좋다. -50쪽

선물이란 가볍게 즐거운 정도면 된다. 마음이 묻어와서 기쁜 정도면 참 좋다. 그게 벅차면 미안하고 갚아야 하는 마음이 든다. 우리는 '저 사람이 나에게 뭘 주었지' 기억했다가 다음에 갚는 선물을 한다. 우리 일상이 선물을 저울에 단다. -63쪽

나는 부러 아이한테 '시험'을 선물한다.
시험에 빠졌다 선 사람은 다음에는 흔들리지 않는다.
원래부터 서 있는 사람은 없다. 비틀거리다가 바로 선다.
나는 그 경험을 아이에게 미리 선물한다. -68쪽

우리는 사소한 것으로 모르는 이웃들에게 영향을 미치며 산다. 인생의 관계는 빨랫줄처럼 연결되어 있어서 서로 주고받는 건데, 혼자라고 생각하니까 외롭고 손해본 것 같아서 억울한 것이다.
우리는 서로 주고받는다. -127쪽

"너한테 실망했어."
그럼 나는 이렇게 말한다.
"그럼 어쩌겠니, 네 눈을 찔러야지."
실망이란 말은 잘못된 것이다.
그 사람은 변함없는 그 사람일 뿐.
그 사람은 원래 그러햇던 사람이니,
"그럴 줄 몰랐어. 실망했어"라고 말할 이유가 없다.
너와 나는 항상 이랬고, 이미 태초에 그렇게 살고 있던 사람이 이제야 만나 알게 된 것.
내가 오래 지켜보지 않고 순간을 참지 못해서 생기는 오해일뿐이다.
사람은 누구나 상대를 알아보는 최고의 안목을 가지고 있다. -203쪽

나는 늘 지구시계로 계산한다.
일 년 단위로 계산하면 삶이 달라진다.
'매일'시간 개념으로 살면
삶이 그렇게 바쁠 수가 없다.
그런데 일 년 단위로 크게 크게 계산하니
지구를 내일 모레 떠날 사람 같은 마음가짐이 들어
하루하루가 얼마나 값진지.
순간순간이 값지다. -214쪽

나는 이 지구에 초정밀 저울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누구나 다 자기 삶은 스스로의 몫이다.
우리 직원들은 서랍에서 돈을 자기 맘대로 갖다 쓴다. 네 스스로 지구 초정밀 저울이고 달력이지, 내가 너를 저울질 하는 것이 아니다. 직원들은 계산법 한 번 요상하다고 말한다.
내 계산법은 이렇다.
우주의 에너지로 어딘가에서 보상을 받는다.
나는 내 일로 충분히 보상 받았다.
그래서 생각한다. 더 잘 살아야지.
자빠져도 돌 하나 움켜쥐고 일어나 탑을 쌓는 것.
그리고 그 공든 탑이 무너져도
돌더미 사이에서 주워든 돌로 또다시 탑을 쌓는 것. -217쪽

나는 외롭다.
혼자다.
그래서 행복하다. -2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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