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거리 극장 - Midnight Ballad for Ghost Theat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개봉했을 때부터 보고 싶었던 영화였는데 포스터만 봐도 워낙 매니아적인 영화라 차마 보러 가자는 말을 할 수 없어 DVD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던 영화. 거의 반 년만에 DVD가 나와 이제서야 영화를 보게 됐다. 부천판타스틱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상영되기도 했던 이 작품은 뮤지컬 영화를 좋아하지만 한국 뮤지컬 영화는 항상 그 수준이 미미했기 때문에 실망만 했는데 이 영화를 보고 한국 뮤지컬 영화의 가능성과 미래를 발견한 것 같아 왠지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할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는 소단. 어느 비오는 날 할머니는 죽기 전에 삼거리 극장에서 활동사진이나 보고 가야겠다는 말을 남기곤 집을 나가버린다. 이에 할머니를 찾기 위해 삼거리 극장을 찾아나선 소단. 그 곳에 아직 할머니가 오지 않았다는 얘기를 듣고는 언제 할머니가 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아예 직원으로 눌러앉게 된다. 왠지 가까이 하기 힘든 극장 직원들, 늘 죽음을 시도하는 극장 사장. 극장의 분위기는 뭔가 기묘하다. 그러던 어느 날, 텅 빈 극장에서 담배를 피우던 소단은 갑자기 나타난 혼령들을 만나게 된다. 에리사, 모스키토, 완다, 히로시. 처음에는 이들을 보고 놀라고, 다음에는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소단. 하지만 곧 그들의 노래의 춤으로 친해지게 되고, 그들은 소단의 친구(?)가 된다. 그렇게 짜릿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던 그들에게 극장이 문을 닫게 된다는 비보가 날아오고, 그들은 극장을 살리기 위해 엉뚱한 방법을 동원한다. 그리고 등장하는 한 편의 영화. 그 영화가 운명을 바꿔놓는데...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는 뮤지컬 영화다. 하지만 그 속에는 코미디도 있고, 드라마도 있고, 공포도 있다. 이런 다양한 내용을 담느라 이 영화는 어떻게 보면 산만하고, 이야기도 꽤나 느슨하다. 하나의 이야기라기보다는 각각의 에피소드의 결합이라고 느껴진다랄까. 이런 허점을 안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신선하다. 어떤 뮤지컬 영화는 기껏 보고 나도 영화가 끝나면 노래는 생각이 나지 않는 경우도 있어서 허무한 느낌을 주는데, 이 영화는 2~3곡 정도 괜찮은 노래들이 있어서 영화가 끝난 뒤에도 흥얼흥얼거릴 수 있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노래 가사의 전달이 쉽지 않아 이왕이면 자막을 살짝 넣어주는 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내용적인 면에서도 삼거리 극장이라는 곧 철거가 될 극장을 두고 인간 개개인의 고독과 오래된 것에 대한 그리움이 잘 묻어나고 있다. 더이상 동네 극장은 찾을 수 없고 멀티플랙스가 점령해버린 상황 속에서 우리는 동네사람들끼리 영화를 보는 대신, 낯선 사람들과 영화를 보게 됐다. 오래된 것은 다 나쁜 것이고, 바꿔야할 것이 아닌데 점점 그렇게 변해가는 세상을 보면 왠지 모를 아쉬움이 남는다. 이 영화를 보면서 다시 한 번 옜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곳에서 삼거리 극장의 혼령들과 같은 유쾌한 혼령들을 만날 수 있다면 더 좋을 듯. 

  워낙 매니아적인 영화라 모든 사람이 재미있게 볼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지만(실제로 흥행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영화평들도 꽤 극단으로 갈리는 편) 적어도 내게는 괜찮았던 영화였다. 중반까지는 유쾌했는데 끝부분에 한국 최초의 괴수영화인 '소머리인간 미노수 대소동'의 등장이 다소 극단적이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찾자면 앞의 이야기와 개연성을 갖긴 하지만 그래도 너무 동떨어진 느낌이랄까. 소머리 인간 부분에 감독은 꽤 무게를 싫은 듯 싶지만 요 부분이 너무 컬트적으로 나간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 부분만 없었더라면 더 괜찮은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조금 낯설긴 했지만 그래도 유쾌하게, 통쾌하게 볼 수 있었던 영화였다. 다음에는 좀 더 발전한 한국 뮤지컬 영화를 만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갖게 해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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