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갈릴레오>의 인기에 힘입어 만들어진 <용의자 x의 헌신>. 뭐 <갈릴레오>의 극장판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천재 물리학자인 유카와를 비롯해 캐스팅이 겹친다는 점 외에 드라마와 크게 연관이 없어 보였다. 특히나 이번에는 유카와 특유의 손동작이라던지, 미친듯이 계산을 하는 장면 등 <갈릴레오>만의 특징은 볼 수 없었지만, 비교적 원작에 충실하게 전개되서 원작을 재미있게 본 사람이라면 영화도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2006년 나오키상을 수상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이 작품은 이웃집에 사는 여자를 너무나 사랑하지만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던 천재 수학자가 우연히 옆 집에서 우발적인 살인사건이 일어나자 사랑하는 여자를 어떻게든 보호하기 위해 완전 범죄를 만들고, 이를 천재 물리학자인 유카와가 해결한다는 것. 범인의 정체를 미리 보여주고 진행하는 스타일이기때문에 자칫 긴장감은 떨어질 수 있지만 천재 물리학자와 천재 수학자의 대결이라는 점은 꽤 관심을 끌었다. 책을 읽을 때만 해도 수학자 역할의 이시가미는 좀 더 동글동글하고 후줄근한 아저씨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영화화된다는 얘길 듣고 츠즈미 신이치가 캐스팅됐다는 얘길 들었을 땐 과연 어울릴까 걱정됐었다. 하지만 그 특유의 소극적인 면모나 뭔가 어두운 분위기를 잘 표현하고 있어서 대만족.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는 정말 이시가미의 절망을 잘 표현하는 것 같아서 왠지 짠했다. 흔히 원작소설을 영화로 만들면 재미가 반감된다고 하는데 <용의자 x의 헌신>은 원작도, 영화도 각각의 재미가 있어서 만족스럽다. 국내에 개봉할까 궁금했는데 3월이나 4월쯤에 개봉한다는 소식이 있는 걸 보니 혹 마샤도 방한을 하지 않을까 살짝 기대. 뭐 일본 영화가 국내에서 흥행하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약발이 먹힌다면 최소한 망하는 일은 없지 않을까 싶다. 어쨌거나, 영화를 보니 책을 한 번 더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하나. 영화를 보고나니 드라마 <갈릴레오> 시즌 2도 했으면 하는 바람이 살짝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