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나나코가 나오는 2006년판 이누가미 일족이 보고 싶었는데, 어찌어찌하다가 구하게 된 게 1976년에 나온 이치가와 곤 감독의 <이누가미 일족>이었다. 기본적인 스토리는 원작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아서 결과를 알고 있었지만, 이 영화로 당시 요코미조 세이시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는 사실이 이해가 될 정도로 흥미진진하게 봤다. (그해 일본 흥행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다고.) 정식 부인없이 세 여자에게서 낳은 세 명의 딸. 그리고 세 명의 아들이 있었던 사헤 옹. 하지만 그는 모두의 예상과는 달리 은인의 딸이었던 타마요에게 모든 재산을 주되 자신의 아들 가운데 한 아이를 골라 결혼을 해야한다는 충격적인 유언장을 남겨놓은채 죽는다. 이후 타마요와 결혼하기 위해 세 아들은 경쟁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한 명씩 한 명씩 괴이한 방식을 죽어가기 시작한다. <이누가미 일족>은 영화로 3번, 드라마로 5번이나 만들어질 정도로 꽤 오랜기간 사랑받았고, 어쩌면 요코미조 세이시를 일본 추리소설에 있어서 한 기둥이 되게 만들어준 작품이 아닐까 싶다. 나 또한 이전에 smap의 멤버인 고로가 출연한 드라마로 먼저 이야기를 접한 적이 있어서 이번이 두 번째 만남인데 스토리를 모두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를 기괴함과 안타까움을 갖게하는 작품이 아닐까 싶었다. 스토리는 나름 매력이 있어서 재미있게 봤지만 한 편으로는 전후 일본의 모습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본의 전쟁에 나가 싸울 수 밖에 없었던 이들이 생각나 한편으로는 씁쓸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어쨌거나. 오히려 옛날 영화라 그런지 <이누가미 일족>이 풍기는 기괴한 분위기가 더 잘 전달된 것 같은 영화였다. 나나코가 나오는 2006년판도 한 번 보면서 1976년판과 비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