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6 - 예종.성종실록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6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5권인 단종, 세조까지만 해도 조선왕조라는 신생국가의 기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느껴졌다면, 6권에서 예종과 성종을 만나면서 이제 조선이라는 국가가 제법 완성되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상대적으로 짧은 재위기간이었기에 아쉬웠던 예종과 이름처럼 유교 정치를 뿌리내리고 선왕들이 착수했던 사업을 완성(成)하는 성종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먼저 예종의 이야기. 세자 수업을 착실하게 거치고 조용한 성품에 신중한 판단력까지 갖췄던 예종. 때문에 세자 시절만 하더라도 신하들을 안심시켰으나 왕위에 오르자 세조Ⅱ라고 불릴 정도고 강력한 왕권을 지향한다. 이미 흘러간 역사에 '만약 그랬다면...'이 무슨 소용이 있겠냐마는 상대적으로 앞뒤의 왕에 밀려서 소홀하게 다뤄진 예종이 오래 살았더라면 이후의 조선은 다른 모습으로 전개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왕으로서의 자질과 추진력 모두를 갖춘 왕은 이후 찾아보기 힘들었기에 더 아쉬움이 남았다. 

  재위 14개월만에 병사한 예종을 이은 성종은 유교 원리에 충실한 도학 군주였다. 후계 서열 3위 자을산군이었던 그가 장인인 한명회와 대왕대비의 결단으로 왕위에 올랐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파악했기에 지나치리만큼 모범적인 왕의 모습을 보인다. 다행히 학문은 좋아했지만, 풍류객의 기질도 강했던 성종. 하지만 그는 유학자들의 반대를 받아들인다. 어찌보면 그의 그런 모범생 콤플렉스가 대간의 권력을 키웠고, 그의 건강도 해친 것이 아닐까 싶다마는 어쨌거나 성종은 유교국가 구상을 완성시키는 시대적 임무를 그럭저럭 잘 수행해낸다. 

  사실 성종의 이야기를 보면서 관심이 갔던 것은 어린 성종을 수렴청정했던 정희왕후 윤씨였다. 흔히 수렴청정이라하면 어린 왕을 앞에 내세우고 뒤에서 갖은 술수로 권력을 휘두르는 표독스러운 이미지가 연상됐는데(문정왕후나 측천무후처럼.) 정희왕후는 그런 이미지와 정 반대의 여인이었다. 권력에 미혹되지 않고 어린 왕의 후견인으로의 곧은 자세를 유지했을 뿐만 아니라 공은 손자에게 넘기고 과는 자신이 떠맡을 줄 아는 지혜를 갖췄고, 자제력 또한 갖춰서 죄가 있다면 족친까지도 엄벌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후 손자가 직접 왕위에 올랐을 때 세조가 시행했던 제도들을 선뜻 고치기 어려워할 것을 알았기에 이 또한 자신이 먼저 손보기도 한다. 수렴청정을 하는 것이 자신의 권력욕을 이루기 위해서가 아니라 성종이 왕이 될 때까지 이끌어주는 것임을 무엇보다 잘 알았던 정희왕후의 모습. 남편인 세조가 폭주할 때 그를 잘 막아줬으면 좋았으련만이라는 아쉬움도 다소 들었지만 수렴청정의 표본을 잘 보여준 것 같아 인상깊었다. 

  이후 또 한 번의 피바람을 불러 일으키는 어설픈 야심가인 폐비 윤씨의 이야기를 비롯해서 다양한 재미가 담겨있었던 6권이었다. 이후 이어지는 연산군의 이야기부터는 꽤 답답한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어서 책을 덮으면서도 예종과 성종에 대한 아쉬움이 더 오래 남은 것 같다. 한 권 한 권 읽을수록 그 매력을 더해가는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다음권도 어서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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