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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밥벌이 - 어느 소심한 카피라이터의 홍대 카페 창업기
조한웅 지음 / 마음산책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며칠 전 새로 생긴 카페에 갔는데 의외로 중년 남성이 마스터라 놀랐다. 사업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잘 알기에 그간 창업은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해왔는데, 카페의 마스터를 보며 나도 나중에는 북카페를 하나 차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달콤한 꿈에 빠져 우연히 만나게 된 책이 바로 이 책 <낭만적 밥벌이>다. 어느 소심한 카피라이터의 홍대 카페 창업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야근이 싫어 프리랜서가 된 저자가 친구와 함께 창업을 하기로 결정하며 벌어지는 갖가지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맨날 만나면 여자, 게임 이야기밖에 하지 않는 20년 친구인 키키봉과 곤. 그들은 여느 때처럼 평범하게 곤과 순대국을 먹다가 무료함을 이기지 못하고 창업이나 해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어디 창업이 편의점에 가서 물건 하나 뚝딱 사는 일이던가! 헤이리에 편의점, 아이스크림가게, 카페 등을 보며 목표 업종을 바꾸기를 몇 번. 키키봉과 곤은 홍대에 카페를 내기로 한다. 자판기 커피만 마시고, 카페에서 수다떠는 여자들을 이해할 수 없었던 키키봉이 카페라니! 주위 사람들은 다들 경악(?)을 금치 못했지만, 키키봉과 곤은 창업을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해 마침내 카페를 열기에 이른다.
헤이리에서 카페를 넘겨받아 하려고 했다가 엎는 이야기에서부터 지인의 소개로 인테리어를 맡긴 디자이너가 달랑 화장실 타일만 붙여놓고 바쁜 일정 때문에 엉엉 울며 인테리어를 포기한 에피소드, 그냥 눈에 띄는 인테리어 회사에 들어가 말빨에 넘어가 인테리어를 맡긴 뒤 벌어지는 갖가지 에피소드, 만만치 않은 서류 작업, 그리고 심지어는 오픈 날 노후 배수관 공사로 카페 앞이 파헤쳐진 이야기 등 이 책 속에서 키키봉은 끊임없이 삽질 또 삽질을 한다. 비싼 수업료를 내고 우여곡절 끝에 카페를 창업한 그는 이 책으로 후배 창업자들이 겪을 시나리오를 보여주며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게 도와준다.
당장 창업을 할 계획은 없지만(창업이 아니라 취직이 문제로다.) 언젠가 창업을 하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지라는 상상을 이 책을 통해 해볼 수 있었다. 단순히 달콤함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뒤에 감추어진 씁쓸함까지 보여줬던 책이었다. 창업 계획이 없는 이라도 키키봉의 삽질담을 읽으며 잠시나마 웃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리앤키키봉의 현재가 궁금해서 한 번 검색해봤는데 사진으로 보니 한 번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홍대는 활동권 밖이라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