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팡의 소식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한희선 옮김 / 비채 / 200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2008년 4분기 드라마 중에 건질만한 작품을 하나 꼽으라면 나는 주저없이 <유성의 인연>을 꼽을 것이다. 니노가 주연으로 나오기 때문이라는 사심을 제외하고도 <유성의 인연>은 시효가 끝나가는 살인사건의 단서를 우연히 얻게 되어 그 단서를 추적해간다는 스토리와 그 속에 있는 인물들의 매력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영향 때문인지 이 책을 읽으면서도 왠지 <유성의 인연>의 세 주인공이 떠올라 재미있게 읽어갈 수 있었다. (참고로 <유성의 인연>은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15년 전 유서를 남긴 채 자살한 여교사. 모든 정황과 증거가 자살임을 가르켰기 때문에 별다른 수사없이 종결됐지만, 시효가 채 하루 남은 상황에서 경찰 윗선에서 사실은 그녀가 살해됐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수사의 재개를 명한다. 제보에서 언급된 세 명의 남자. 그리고 그들의 이름과 함께 언급됐던 '루팡 작전'이라는 것. 경찰은 15년 전에 묻힌 사건을 다시금 들춰 수사를 시작하고, 범인을 찾기 위해 온 힘을 쏟는데... 과연 시효가 끝나기 전에 범인을 찾아내 기소할 수 있을까? 

  일본 범죄사에 길이 남을 사건을 꼽으라면 많은 이들이 3억엔 사건을 꼽지 않을까 싶다. 경찰관을 가장해 3억엔을 탈취해 체포되지 않은 범인. 전대미문의 사건이기 때문인지 몰라도 3억엔 사건은 영화나 드라마, 책 등에서 저마다의 해석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사건이다. 이 책에도 그 3억엔 사건이 등장한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루팡'은 세 친구의 시험지 훔치기 작전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3억엔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됐던 우쓰미가 운영하는 카페 이름이기도 하다. 세 친구가 루팡 작전을 수행하면서 겪는 긴장감과 일명 글래머라 불렀던 마이코 선생의 죽음을 자기네들 나름대로 조사해가는 과정, 그리고 점점 다가오는 시효의 존재 등이 제법 두꺼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책장을 술술 넘어가게 만들었다. 

  15년 전의 사건을 겪었던 고등학생들이 이제는 회사원, 노숙자, 양아치로 제각각의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는 그들에게 '루팡 작전'은 어린 날의 유쾌하고도 짜릿한 추억이었다. 책에도 나오다시피 시험 전날 시험지를 훔친다는 건 전 세계 고딩들의 꿈 아니겠는가! 15년 전 사건의 진실에 접근해가는 것도 흥미로웠지만, 그보다 세 명의 악동의 루팡 작전이 더 코믹하고 긴장감있었다.

  언뜻 보기에는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인 단서가 알고보니 사건의 방향을 결정해주고, 심지어는 범인의 존재까지도 알려줬다는 사실이 나름 치밀하게 보였지만, 뒤로 갈수록 약간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들어서 아쉬웠다. 뭐 여기에 곧잘 눈에 띄는 오타도 나름 마이너스. 별다른 정보없이 읽은 책이라 '요코야마 히데오의 걸작 사회미스터리!'라는 말에 혹한 부분도 있는데, 기존에 읽어왔던 사회파 미스터리 비해서는 문제 의식 같은 게 부족한 점이 많았기 때문에 이런 걸 두고 '사회' 미스터리라고 하긴 좀 무리가 아닐까 싶었다. 그냥 '걸작 미스터리' 정도면 오케이. 어째 국내에 소개되는 요코야마 히데오의 작품들은 경찰 소설이 많은 것 같은데, 그 나름대로 리얼한 느낌이 살아있어 재미있는 것 같다. 살짝 낚인 감도 없지 않지만 한 편의 청춘영화를 본 것 같은 유쾌함과 수사물 특유의 긴장감을 느낄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덧) 이 작품은 얼마 전 일본에서 스페셜 드라마로 방영된 바 있는데, 책을 읽고 찾아서봤는데 몇몇 설정이 바뀌어있지만 도리어 이런 부분이 잔가지를 쳐낸 느낌이 있어서 청춘물이라는 느낌보다는 수사물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났다. 영상 특유의 속도감도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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