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차를 마시다 - <오만과 편견>의 제인 오스틴
킴 윌슨 지음, 조윤숙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06년 10월
평점 :
품절



  올해 얻은 가장 큰 수확은 '홍차'를 알게 됐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커피를 마실 때와는 다르게 단순히 음료를 마신다는 느낌이 아니라 차 한 잔 하면서 여유를 느낄 수 있어서 그 나름의 분위기와 그 나름의 향과 맛을 즐기기 시작했다. 홍차에 대한 지식이 없이 차를 마시기 시작해 빈약하게나마 국내에 출간된 몇 권의 홍차 관련 서적을 읽어봤는데, 이 책은 특히 내가 좋아하는 제인 오스틴과 홍차 두 가지 요소가 모두 포함되어 있어서 읽게 됐다. 
 
  아침에 마시는 차를 시작으로 여행 중에 마시는 차, 저녁에 마시는 차 등 때에 따라 홍차를 어떻게 마시는지는 물론이고, 차와 건강에 관한 이야기, 영국에서 홍차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제인 오스틴의 일화나 편지와 소설 속 인물들의 대화를 통해 보여준다. 

  다른 책에서 이미 영국에 홍차가 어떻게 전래되었는지는 본 적이 있지만, 전문서에서 읽었을 때는 뭔가 딱딱해서 거리감이 느껴졌던 이야기가 이 책 속에서 제인 오스틴을 통해 접하니 왠지 친숙한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특히 재미있었던 부분은 당시에 차가 너무 비싸서 자물쇠를 잠궈놓고 보관했다는 이야기, 밀수 홍차와 가짜 홍차가 성행했던 이야기, 또 홍차가 수입되기 전에는 맥주나 에일에 고기를 곁들여 거하게 아침을 먹었다는 사실 등을 통해 당시 영국 사회와 제인 오스틴, 그리고 그녀의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또 당시에 제인 오스틴이 아꼈던 트와이닝과 웨지우드가 여전히 건재하다는 사실이 새삼 홍차의 역사를 느끼게 해줬다. 

  아쉽게도 표지는 예뻤지만 속지에 있는 그림은 컬러가 아니라 아쉬웠고, 내용도 살짝 빈약한 느낌이 있어서 (사실 레시피는 그림의 떡이니. 내겐 있으나 마나.) 부족함을 느꼈지만 트와이닝의 레이디 그레이 한 잔과 함께 읽었더니 정말 뭔가 표지 속의 여자처럼 우아한 티타임을 보낸 것 같아 즐거웠다. (물론 현실은 시궁창;;) 

  1800년대 영국의 레시피가 궁금한 사람이나 홍차를 좋아하는 이,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좋아했던 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 가뜩이나 홍차에 관련한 책이 없는 상황에서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갈 것 같다. 나름 제인 오스틴의 책도 많이 읽어봤고 영화화된 것도 접해봤지만 당시에는 차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관심없이 봤는데 다시 한 번 읽으며 그녀의 차에 대한 애정을 느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으로 홍차에 빠진 사람이라면 공감할 제인 오스틴이 언니인 카산드라에게 쓴 편지 한 구절. "언니 이런 말해서 미안하지만 난 지금 매우 사치를 부리고 있어. 내 돈을 다 썼어. 게다가 언니에게 나쁜 소식은 내가 언니 돈도 다 썼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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