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드 사이언스 북 - 엉뚱하고 기발한 과학실험 111
레토 슈나이더 지음, 이정모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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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드 사이언스 북>이라는 제목 때문에 뭔가 기상천외한 엽기적인 과학실험들을 생각했는데, 개중에는 나름 엽기적이라 할 수 있을 실험들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기상천외하다가보다는 독특하고 엉뚱한 실험들이 많았다. 머릿말에서 엿볼 수 있듯이 이 '미친 실험의 책'에 실린 대부분의 실험들이 괴상해 보인다는 사실이 그 실험들이 가치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어떤 것들은 언뜻 어리석고 터무니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말로 정교하고 '과학적'이라 비과학자인 일반 저자들에게 '이런 사소한 것에도 과학이 숨겨져 있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사실 책을 읽기 전에 걱정했던 것 중에 하나가 '과학'이 주는 하나의 장벽이었다. 태생이 문과생인 내게 과학은 '이게 대체 뭐임?' 수준이라 가끔 과학에 대한 무지를 타파해보고자 과학 교양 서적을 들춰보는 것말고는 별다른 과학 지식이 없기에 살짝 겁을 먹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에 실린 실험들은 독자가 얼마나 과학적 지식을 가지고 있는지에 관계없이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과학'하면 지구과학, 생물, 화학, 물리와 같은 과목만 떠올렸던지라 사회과학도 과학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는데, 이 책에는 오히려 심리학과 관련된 실험들도 꽤 많이 소개되고 있어서 낯설지 않았다. 

  이 책을 보며 새삼 과학자들의 '열정'을 느꼈다. 그것은 '광기'와는 거리가 먼, 호기심의 충족을 위해 위험도 무릅쓰는 것이랄까. 팔뚝에 독사 맘마의 독을 주사해 죽을 뻔하기도 하고, 어떻게 병이 감염되는지 알아내기 위해 환자의 토사물을 먹기도 하고, 위장병의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서 죽에 박테리아를 섞어 먹기도 하는 등 자신의 몸을 마루타로 사용하는 과학자들의 모습을 보며 그들의 열정에 탄복했다. 갖가시 실험에 동원된 사람, 동물 등의 고생이 있었기에 과학은 날이 갈수록 진보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그게 얼마나 엉뚱하고 황당한 실험이던간에. 

  이전에 <스키너의 심리 상자 열기>와 같은 책을 재미있게 본 독자라면 이 책에 소개된 심리 실험들도 꽤 구미가 당길 듯 싶다. 익히 유명한 스탠포드 감옥실험이나 스키너의 실험, 나쁜 사마리아인 실험, 죄수의 딜레마 등의 실험을 비롯해 팁을 많이 받는 방법이나 히치하이킹에 성공하는 법, 작업의 기술 등에 관한 실험들도 있으니 나름 곱게 미친 과학 실험들을 보며 키득거려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총 111개의 실험이 수록되어 있지만 짧을 경우에는 몇 줄, 길어야 세 페이지 남짓이라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덧) 옮긴이의 말에 마태우스님의 일화가 잠시 등장하는데 예상 외의 만남이었던지라 반가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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