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알아볼 것들을 생각하는 일도 근사하지 않나요? 살아 있다는 게 기쁘게 느껴지거든요. 세상엔 재미있는 일이 참 많아요. 우리가 모든 걸 다 안다면 사는 재미가 반으로 줄어들 거예요, 안 그래요? 그러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일도 없겠죠? -35쪽
꿈이란 이루어지지 않을 때가 많잖아요, 그렇죠? 꿈이 실현되다니 얼마나 기쁜 일이에요? 지금 전 완벽에 가까울 만큼 행복해요. 완벽하게 행복할 순 없거든요. -38쪽
"어머, 전 부끄러워하는 게 아니에요. 코딜리어라는 이름이 더 좋을 뿐이죠. 전 제 이름이 코딜리어라고 늘 상상해 왔어요. 적어도 최근 몇 년 동안은 그랬어요. 어릴 적엔 제럴딘이라고 상상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코딜리어가 더 좋아요. 그래도 굳이 앤Ann이라고 부르시려거든 제발 'e'가 붙은 앤Anne으로 불러주세요." "그렇게 부르면 뭐가 달라지기라도 하니?" 마릴라가 찻주전자를 들고 어설픈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어머, 많이 달라요. 훨씬 근사하게 보이잖아요. 아주머닌 이름을 소리 내어 부를 때, 종이에 인쇄되듯 그 이름이 마음속에 그려지지 않나요? 전 그래요. 앤Ann이란 글자는 정말 끔찍해요. 하지만 'e'가 붙은 앤Anne은 훨씬 품위 있어 보이거든요. 만일 'e'가 붙은 앤으로 불러 주신다면 코딜리어라고 부르지 않아도 참아 볼게요."-53~4쪽
전 단지 제라늄이라 해도 이름이 있는 게 좋아요. 사람처럼 느껴지니까요. 그냥 제라늄이라고만 부른다면 제라늄이 섭섭해할지도 모르잖아요? 아주머니도 이름 없이 그냥 여자라고만 불리는 건 싫으실 거예요. 그래요, 전 보니라고 부르겠어요. 오늘 아침 제 방 창에서 보이는 벚나무에게도 이름을 붙여 줬어요. 눈이 부시게 새하얘서 눈의 여왕이라고 지었죠. 물론 항상 꽃이 피어 있진 않겠지만 그렇게 상상할 순 있으니까요, 안 그래요?-71쪽
언젠가 책에서 장미는 장미가 아닌 다른 이름이어도 향기가 좋을 거라는 글을 읽긴 했지만, 전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어요. 만약 장미가 엉겅퀴나 돼지풀 같은 이름이었다면 그렇게 예쁠 것 같지 않거든요. 아버지 이름이 제데디어라고 해도 여전히 좋은 분이긴 하셨겠지만, 전 무척 괴로웠을 거예요. -78쪽
어머, 어떤 일이든 기대하는 데 그 즐거움의 반이 있는 걸요. 혹시 일이 잘못된다 해도 기대하는 동안의 기쁨은 누구도 뺏을 수 없는 거예요. 물론 린드 아주머니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사람은 실망할 일도 없으니 다행이다.'라고 말씀하셨지만, 전 실망하는 것보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쪽이 더 나쁘다고 생각해요.-1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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