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은 늪과도 같다. 처음에 빠져나오면 탈출이 가능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힘들어진다. 그때부터는 탈출하려고 발버둥칠수록 늪에 더 깊이 빠져버리게 된다. 게으름에 친숙해지기 시작하면 서서히 자기화가 이루어진다. 마치 자신이 원래부터 게으른 사람이었던 것처럼 정체성으로 굳어져간다. 그때부터는 물고기가 자신이 물에 젖어있음을 의식하지 않는 것처럼 더 이상 자신의 게으름을 돌아보지 않는다. 게으름에 대한 자책도, 후회도 놓아버리고 현실을 잊어버린 채 자신의 내면과도 이별해버린다. 그러나 다 타버린 잿더미 속에도 불씨가 남아 있듯, 스스로 끝났다고 선언하지 않는 이상 우리에게는 가능성이 늘 함께한다. 삶이란 가능성의 다른 이름인 것이다. -13~4쪽
"당신은 게으릅니까?" 누군가 이런 질문을 던진다면 뭐라 대답할 것인가?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게으르다'는 쪽의 답이 더 많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과연 어떤 사람이 게으른 사람일까? 사실 '게으름'이란 말은 지극히 상대적이면서 동시에 주관적이다. 게으르다고 느끼기 위해서는 게으르지 않은 비교 대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게으름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이라는 것이 없기에, 삶의 에너지를 99퍼센트 쓰고 있는 사람이 1퍼센트 쓰지 않은 것을 두고 자신을 게으르다 여길 수 있고, 반대로 99퍼센트는 쓰지 않고 1퍼센트만 쓰는 사람이 자신을 게으르지 않다고 여길 수도 있다. -22~3쪽
게으름과 여유는 명백히 구분되어야 한다. 구분은 의외로 쉽다. 여유는 능동적 선택에 의한 것이고, 게으름은 선택을 피하기 때문에 찾아오는 것이다. 여유는 할 일을 하면서 충분히 쉬는 것이지만, 게으름은 할 일도 안 하면서 제대로 쉬지도 못하는 것이다. 삶의 풍요로움을 느끼게 해주는 것은 여유이고, 후회만을 남기는 것은 게으름이다. -57쪽
물론 중요한 것은 '실수를 했다는 것' 자체가 아니라 '실수를 통해 적극적으로 배우려 했다는 점'이다. 실수가 성공의 밑거름이 되기 위해선 실수를 실수로 그냥 흘려보내지 않는 자세와 환경이 중요하다. 실수를 통해 배울 수 있다는 적극적인 태도야말로 실수를 '위대한 실수'로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실수를 했다는 것' 자체가 자랑일 수는 없겠지만, '실수를 통해 배우려는 자세'로 도전해 나갈 때 우리의 삶은 빛이 나고 실수는 '성공'으로 거듭날 것이다. -71쪽
우리들은 과거의 어느 시기에 큰 실패나 반복적인 실패를 경험하게 되면 이후로는 실패의 두려움에 갇혀 작은 시도조차 하기 힘들어한다. 그러다보면 충분히 해낼 수 있는 도전도 영영 못하고 만다. 그런데 우리가 실패라고 생각했던 그 경험들이 과연 객관적인 실패라고 할 수 있을까? 실제 상담을 통해 과거의 실패 경험을 들어보면 물론 합당한 실패도 있지만 공정치 못한 실패도 많다. 어떤 이는 수백 대 일의 경쟁을 뚫고 문학상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글쓰기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고, 어떤 이는 태풍에 의한 과수피해로 빚을 진 것까지 자신의 실패로 생각한다. 어떤 이는 구체적인 잘못이나 실패조차 없는 데도 부모의 학대로 인해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쓸모 없는 인간이라고 느끼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책임져야 할 잘못과 상대가 책임져야 할 잘못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객관적으로 봤을 때 자신의 잘못으로 인한 실패의 경험도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 경우에도 자신의 무능함보다는 노력의 부족 때문인 경우가 허다하다. 결국 게으른 사람들은 과거의 경험을 통해 '학습된 무력감'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78~9쪽
성인들도 삶에 재미가 없으면, 즉 사랑이나 인정이나 성취를 얻지 못하면 어린아이와 같이 '즉각적인 만족'과 '눈앞의 이익'을 추구하게 된다. 그 대표적인 행위가 중독이다. 중독은 행위를 하는 바로 그 순간 즉각적인 쾌락을 안겨준다. 그런 쉬운 방법이 있는데 누가 힘들게 고생하고 위험을 무릅쓰면서 노력할 것인가? 그렇기에 인간은 삶에 재미를 잃는 순간, 도전과 발전을 포기하고 게을러지기 쉽다. 그런 점에서 보면 게으름이란 곧 '즉각적인 만족과 눈앞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87쪽
우리는 스승, 친구, 연인, 상담가, 멘토 등을 만나며 변화의 자극을 받는다. 그 중에서 가중 큰 변화의 힘이 되는 것은 역시 뭐니뭐니 해도 사랑이다. 사랑은 우리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 성장호르몬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게으른 사람들은 뜨겁지 않다. 게으른 사람 치고 누군가를 뜨겁게 사랑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사랑을 하면 우리는 상대에게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사랑만큼 사람을 바꿔놓는 계기는 없다. 연애를 하거나 부모가 될 때 우리는 기꺼이 더 좋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지 않았던가! 자신에 대한 사랑, 가족에 대한 사랑, 삶과 일에 대한 사랑, 사람에 대한 사랑! 이 중에 한 가지만 있어도 우리의 삶은 변화로 반짝거린다. 결국 게으름에서 벗어나는 해법은 '다시 사랑하는 것'이다. 잃어버린 사랑을 되찾을 때 우리는 게으름과 이별할 수 있다. -128쪽
'자기로서 살지 못하는 삶!' 나는 이를 세상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라고 생각한다. 지난날 나의 삶이 그랬고, 진료실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이 그러했다. 자신이 아닌 남이 되고 싶어했고, 자신에게 없는 것을 늘 부러워했다. 어제와 오늘의 자신을 비교하지 않고 끊임없이 남과 자신을 비교하려 들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스스로 열등하거나 뒤쳐졌다고 생각했고, 앞서가는 누군가를 붙잡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뒤쫓아가는 삶도 자신의 강점과 열정을 살리기보다는 상대의 강점을 흉내내게 만든다. 그리고 결국 흉내내는 삶도 우리를 주저앉게 만든다. 게을러지고 마는 것이다. 반대로 내면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는 사람은 게으를 수 없다. 그들은 더 나은 삶을 위해 어제의 자신과 경쟁할뿐이다. 우리는 이제 추격전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가 느끼는 열등감은 허위의식일 뿐이다. 그것은 처음부터 허위였다. 진실은 이렇다. 나는 열등하지도 우월하지도 않다. 그저 '나'일뿐! -1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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