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슨 크루소 을유세계문학전집 5
다니엘 디포 지음, 윤혜준 옮김 / 을유문화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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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간 계층의 삶이란 게 아버님 당신이 오랜 경험을 통해 깨달은 바, 노동하는 부류들처럼 궁핍함과 역경이나 힘든 노역에 시달리지 않으면서도 상류층처럼 오만이나 사치, 야심, 시기심으로 인한 불편한 마음을 갖지 않아도 되니, 그야말로 이 세상에서 인간이 행복을 누리기에 가장 적합한 최상의 위치라고 하셨다. 그리고 말씀하시기를, 이 중산층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는, 한 가지 사실, 즉 이런 처지를 다른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부러워한다는 점만 보아도 수긍할 것인즉, 왕들도 위대한 존재로 태어난 데서 생기는 온갖 불행함을 한탄하며, 비천함과 고귀함의 두 상반된 계층 사이에서 중간 계층의 신분으로 세상에 나왔으면 하고 바라는 일이 흔하니, 지혜로운 솔로몬 왕도 빈곤이나 부귀 모두 피할 수 있기를 기도하면서, 이것이 진정한 행복의 기준임을 증언했다고 하셨다. -11쪽

인생의 재난이란 상류층이나 하류층이 나눠 갖는 것이어서, 중간 계층은 불행한 일을 가장 적게 당하며, 상류 계층이나 하류 계층처럼 급격한 변화에 시달리지 않으니, 한쪽은 타락한 삶이나 지나친 사치 때문에, 다른 한쪽은 힘든 노동에다 생필품이 모자라고 먹는 것도 형편없고 부족하기에 사는 방식 자체의 자연스러운 결과로 질병을 앓게 되지만, 중간 계층은 신체나 정신의 질병이나 불안 때문에 고생하는 일이 별로 없는 법인즉, 중산층의 삶은 온갖 미덕과 온갖 낙을 누리기에 딱 맞도록 계산된 것이라, 절제와 검소함과 평온함과 건강과 교제 및 기타 모든 적절한 오락들, 모든 바람직한 쾌락이 이에 수반되는 축복이요, 평안함과 풍족함이 부리는 종처럼 중산층을 섬기는 것인즉, 이 길로 가면 인생을 차분하고 무난하게 살다가 편안하게 저 세상으로 갈 수 있을 터, 손이나 머리로 노동하느라 갑갑하게 지내거나 일용할 양식을 버느라 노예 같은 삶에 팔려가거나 난처한 형편에 들들 볶여서 영혼의 평안이나 육체의 안식을 모두 빼앗기거나, 대사를 탐하느라 야심에 속이 타들어가지 않는 이 중산층의 삶에서는 그저 인생을 순탄하게 물 흐르듯 살면서 생활의~-11~2쪽

쓴맛은 빼고 달콤한 기쁨만 맛보면서 행복을 느끼며, 하루하루 경험을 통해 더욱 실감나게 행복을 깨닫게 되는 법이라고 하셨다. -12쪽

이제 나는 내 처지와 내가 전락해 있는 형편에 대해 심사숙고를 하기 시작했고 내 정황을 글로써 정리해 놓았는데, 어차피 이 땅을 물려받을 사람이 거의 없을 게 뻔한 터, 뭐 꼭 내 뒤에 여기 올 사람한테 그걸 남겨주기 위한 것은 아니었고, 매일 내 처지를 고민하며 마음만 심란하게 만드는 생각들을 분출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그래서 이제 내 이성이 절망감을 누르기 시작하자 나는 내 자신을 가능한 한 위로하기 시작했고, 나쁜 점에 좋은 점을 대비시켜 놓아서 내 처지를 최악의 처지와 구별할 수 있는 점을 뭔가 밝혀보기로 하고서, 내가 누리고 있는 안락이 내가 겪는 비참함에 나란히 맞서도록 장부의 차변과 대변처럼 매우 공정하게 다음과 같이 적어보았다. -96~8쪽

모든 것을 감안하면, 이 세상에서 그 아무리 처참한 지경이라고해도 그 속에 부정적인 측면만큼 뭔가 감사하게 생각할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는 의심의 여지없는 증거가 여기 있었으니, 이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처지를 겪은 이 사람이 보여주는 바를 귀감으로 삼아, 여러분도 언제나 자신을 위로할 수 있는 면들을 찾아서,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나란히 풀어서 써 놓되 장부의 차변 쪽으로 기울기를 바란다. -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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