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자네에 대한 존경심과 우정으로 말하겠네. 이제 페데리카 얘기는 지긋지긋하니까 그만 하게. 난 결혼을 세 번 했고, 그러기에 장담할 수 있지. 자네가 단 한 번이라도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해본 경험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또 다른 사랑을 시작할 수 있는 자격을 충분히 갖춘 거라네."-35~6쪽
줄리에트는 안정적인 직업도, 사랑하는 사람도, 아이도 없었다. 배우로 성공하기 위해 무작정 뉴욕으로 떠난 건 도박이나 다름없었다. 줄리에트 자신도 그걸 잘 알고 있었고, 주위 사람들도 정신 나간 짓이라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렸다. 미국에 가겠다는 결심을 할 당시 그녀의 나이는 위험한 모헙을 감수할 만큼 어리지 않았다. 적어도 그 나이라면 '위험률 제로'에 맞춰 신중하게 처신해야 마땅했다. 사회는 20대 초반에 안정적인 삶을 선택할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노후를 계획하고,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금연을 하고, 건강에 신경 써야 하고, 조건을 따지며 사람을 만나야 한다며 은연중 압력을 가했다. -41쪽
사람은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위험에 노출된다. 그는 어느 누가보다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안다고 해서 그런 상황에 저절로 면역이 되는 건 아니었다. -52쪽
인간은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도 왜 딱 한 사람에게만 반하는 걸까?-61쪽
사람은 자신의 운명이 새롭게 펼쳐지는 순간을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는 것일까? 그런데 그녀에게 그 순간이 바로 지금이라면?-67~8쪽
단 몇 시간일지라도 짜릿한 행복의 광휘는 이따금씩 삶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환멸과 권태의 일상을 충분히 견디게 해준다. -95쪽
줄리에트는 금속 쟁반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창백한 안색, 초췌한 피부, 수면부족 때문에 퉁퉁 부어 있는 눈이 보였다. 그 순간 줄리에트는 예뻐지려고 애쓰며 보낸 시간이 얼마나 될지 생각했다. 사실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은 시대에 따라 바뀌어왔다. 이 시대의 대다수가 동의하는 아름다움의 조건에 맞추기 위해 많은 여자들은 다이어트를 하고, 성형을 하고, 헤어스타일을 바꾼다. 사람들은 왜 겉모습이 아름다우면 마음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걸까? 나는 왜 모두가 젊고 날씬해지고 싶어 안달하는 시대에 살고 있을까? 어느 시기가 지나면 모두 부질없이 사라지고 말 가치인데도. 줄리에트는 이제부터 외모를 가꾸는 데 집착하기보다는 자연 그대로를 더 소중하게 여기겠다고 다짐했다. 억지로 누군가를 닮으려하기보다는 진정한 자기 자신을 찾겠다고...-211~2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