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대로 된 기회 한 번 잡지 못하고 그저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는 병두. 병든 어머니와 동생들, 그리고 자신을 믿고 따르는 동생들까지 감당하기엔 그의 삶이 너무 고단하다. 이런 그에게 처음이자 어쩌면 마지막일 수도 있는 기회가 찾아오고 병두는 위험을 무릅쓰고 기회를 잡기 위해 뛰어들게 되고, 걷잡을 수 없이 돌아가는 일 속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된 병두. 그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외모만 봐서는 조폭과 거리가 멀어보이는 배우 조인성. 그간 스크린의 부진을 깔끔하게 씻어내고 배우로 제대로 거듭나는 느낌이었다. 그간 얼굴 반반하고 순정만화같은 모습만을 봐서인지 거친 병두의 모습이 익숙치않았지만 영화를 보면서 병두의 모습을 한 조인성에 점점 빠져들 수 있었다. 조인성이 이제야 기존의 이미지를 깨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외 배우들의 연기도 꽤 볼만했던 것 같고. (병두의 오른팔인 종수 역도 꽤 마음에 들었다)

조폭 영화이긴 하지만 이 영화는 조폭을 코믹 소재로 다룬 것이 아니고, 오히려 그 속에서 처절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우리에게 삶을 바라보는 거울을 마련해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해 남을 밟고 올라가려고 하고, 배신하는 모습은 우리의 삶 속에서도 각기 다른 모습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 정도야 각기 다르겠지만...

어쨌거나. 지나친 폭력때문에 다소 부담스럽긴 했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병두의 상황이 더 인상적으로 남지 않았나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유하 감독의 전작인 <말죽거리 잔혹사>와 크게 다른 점이 없는 것 같아 그 점은 좀 아쉬웠다. 식상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조인성 덕분에 그나마 즐길 수 있었던 영화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