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I는 하이힐을 신지 않는다 - 드라마에선 절대 보여주지 않는 CSI 수사현장 이야기
데이너 콜먼 지음, .김양희.이주만.신상수 옮김 / 뜨인돌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케이블TV에서 CSI 데이라고 하루종일 CSI만 틀어주는 날이 있을 정도로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CSI는 낯설지 않은 드라마가 됐다. 언제나 쫙 빠진 정장에 하이힐을 신고 등장하는 여자 CSI 요원들은 왠지 모르게 "멋있다!"라는 감탄사가 나올 정도. 하지만 드라마는 드라마일뿐 실제 CSI의 생활은 어떨지 CSI의 실상(?)을 알고 싶다면 주저없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10년 간 민간인 과학수사대원(CSI)로 일한 저자의 경험이 담긴 이 책은 마치 드라마 CSI를 보는 듯한 긴박감은 없지만, 그보다 군데군데 녹아있는 코믹함때문에 꽤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저자는 '텔레비전과 현실세계는 완전히 별개'라고 초반에 아예 못박아 놓고 있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기면 TV에서는 도저히 방송할 수 없을 것 같은 광경(예를 들어, 구더기가 시체를 덮고 있다던지, 얼어붙은 손가락에서 지문을 얻기 위해 입 안에 넣어 입김으로 녹인다던지, 천정에서 바퀴벌레들이 물방울 떨어지는 것처럼 뚝뚝 떨어지는 등)들이 펼쳐지는데 그런 현실감이 오히려 이야기에 생동감을 불어넣어줬다. 

  한밤중의 교대근무는 기본이고, 중요한 행사가 있어도 참여도 못하고 가족들과 친구들과 멀어지는 관계를 더 참지 못하고, 저자는 아이를 입양하면서 CSI를 그만둔다. 일종의 회고록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 이 책을 읽으면 정말 CSI야 말로 3D 업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고, 더럽고, 게다가 아무도 그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해주지 않으니 말이다. 그저 드라마 속에서 CSI 요원들의 모습들을 보며 "재밌다", "멋지다"라고만 생각해왔었던 게 조금은 미안해질 정도. 이 부분은 비단 미국에만 한정된 상황은 아니기에 다시 한 번 이 시간에도 범죄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중인 한국 과학수사팀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어졌다. (사촌오빠가 국과수에서 일하고 있는데 정말 큰 사건 하나 터지면 심할 때는 몇 주씩 집에도 못 들어간다고 하더라.)

  유명한 사건에 대해 자신이 경험한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은 아니지만, 오물과 벌레로 가득한 현장 속에서 유머를 잃지 않는 저자와 그의 동료들의 모습이 흥미로웠다. 후반으로 갈수록 코믹함이 더해져서 시트콤을 보는 것처럼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책. CSI만의 전문성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해서 읽었는데, 그런 부분이 적어서 아쉽기도 했지만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그저 키득키득할 수 있을 책을 찾는다면 의외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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