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드라마의 소재의 독특함이라던지, 만화같은 분위기를 좋아해서 어쩐지 가족 드라마 쪽으로는 자주 안 보게 됐는데, 우연찮게 본 <홈 드라마>(제목부터 가족 이야기라고 냄새를 폴폴 풍기는)에 푹 빠져 며칠을 보냈다. (사실 가족 드라마를 안 본 건 <막내 장남 누나 셋>을 보다 결국 접어야 했던 데미지가 컸다.)
관광차 떠난 타이에서 버스 사고로 소중한 사람을 잃은 9명의 사람들. 일본으로 돌아가 저마다의 생활을 살아보려고 애를 쓰지만 주위 사람의 시선이라던지,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말할 수 없다는 점, 소중한 사람이 없다는 고독감 등에 시달린다. 그러던 중 위령제를 한다는 편지를 받고 위령제에 참석하러 간 이들은 그 곳에서 사고로 남겨진 사람들을 다시 만나게 되고 다른 이를 신경쓰지 않은 채 대가족이라고 오해받을 정도로 자기 자신의 모습대로 웃고 떠들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것도 잠깐.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 이들에게는 하루하루가 슬픔과 고독인데... 그러던 중 한 사람이 다른 이들에게 편지를 보내 정말 가족처럼 살아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한다. 처음에는 상식 밖의 일이라고 답장도 보내지 않았지만, 조금씩 마음을 열어 함께 슬픔을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한 명씩 모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시작되는 독특한 가족의 이야기.
현대 사회에서 가족은 모양만 가족이지 알맹이는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 이야기 속에서 쇼고가 의뢰를 받는 집처럼 함께 하는 공간보다는 개개인이 생활하는 공간의 비중이 더 커지고 있다. 한 지붕 아래서 살고 있지만 그저 함께 살고 있을 뿐 가족애라던가, 따뜻한 정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런 상황 속에서 <홈드라마>의 비상식적인 가족들은 서로 자라온 환경은 제각각이고, 사실상 타인이지만 진짜 가족처럼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준다. 저마다의 이익만 추구하는 이기적인 사회 속에서 자기 자신을 편견없이 받아들여줄 수 있는 것은 결국 가족뿐이라는 생각을 이 드라마를 보며 하게 됐다.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 나를 따뜻하게 맞이해줄 곳이 있다는 것, 서로에게 짐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그마저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이 드라마가 제시하는 가족의 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왠지 모르게 가슴 한 켠이 따뜻해지는 드라마. 오버하지 않는 유머와 감동이 녹아있어 편하게 볼 수 있었다.
덧) 그러고보니 유스케 산타마리아의 드라마는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