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밥상 - 농장에서 식탁까지, 그 길고 잔인한 여정에 대한 논쟁적 탐험
피터 싱어.짐 메이슨 지음, 함규진 옮김 / 산책자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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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같이 서울 시내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촛불 시위의 본질은 쇠고기 문제이다. 30개월 이상의 쇠고기와 광우병의 관계, 그리고 그로 인해 벌어질 수 있는 최악의 사태들. 이 문제는 국민들에게 먹을거리의 위협을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느끼게 해줬다(정부에서는 괴담이라고 치부해버리고 있지만). 먹을거리에 대한 위험들이 충격으로 다가오는 것은 우리의 생활과 직접 관련이 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만두파동, 김치파동, 철가루 분유파동, 납생선 등등 숱하게 벌어지고 있는 식품 관련 사건들은 국민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그냥 단순히 '안 먹으면 그만'이라고 치부해버리기엔 너무나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는 문제. 이 책에서는 우리 식탁을 위협하고 있는 이런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단순히 '이런 식품은 이러이러해서 나쁘다.'라고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3가지 부류의 가족들을 보여주고, 그들의 식생활을 분석함으로써 우리가 겪을 수 있는 위험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인근 월마트에서 잔뜩 식품을 구입하는 힐러드-니어스티머 가족의 전형적인 현대식 식단, 가족의 건강에 관심이 많아 유기농 식품을 구입하는 양심적인 잡식주의자 매서렉-모타밸리 가족, 엄격한 윤리적 기준을 지키며 오직 채소류만을 먹는 완전 채식주의자 파브 가족. 이들의 케이스를 통해서  저자는 이들 식탁에 오르는 음식들을 역추적해서 어떻게 키워지고, 어떻게 도살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유통되는지 등을 보여준다. 

  항상 이런 류의 책을 읽고 나면 드는 생각은 '아, 대체 뭘 먹으란 말인가!'라는 것이다. 고기도, 생선도, 야채도 결국 모두 잠재적인 위험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A4 용지만한 공간에서 평생을 살아가는 닭의 고통, 몸을 돌릴 수도 없이 빼곡히 수용되어 있는 돼지의 고통, 2주간 굶겨 강제로 털갈이를 시킨 닭이 나은 달걀, 본성과 관계없이 갇혀서 양식되는 연어 등등. 좀 더 싼 가격에 좀 더 많은 것을 팔기 위한 기업의 탐욕, 그리고 자신이 먹는 것이 어떻게 크는 것인지 잘 모르는 소비자의 무지. 이런 조화가 결국 광우병, AI 등 정상적인 자연 환경에서는 일어나지 않았을 문제들을 유발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우리 사회는 더이상 자급자족하는 사회가 아니다, 그럼 대체 어떤 음식을 먹으라는 것이냐?라는 의문에 대해 이 책의 저자는 소비자의 의식이 바뀌면 생산 체계도 바뀔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소비자 스스로 우리가 먹는 음식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 권리를 행사하며(투명성), 그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을 이용하고(로컬 푸드), 커피나 차, 초콜릿 등은 되도록 공정 무역 제품을 구입하고, 식품을 구입할 때는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는 등의 요소를 통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단순히 식생활에 적용할 수 없다고 이론적인 지식으로 무장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책을 통해 우리의 식탁을 다시 한 번 점검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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