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틴랜드
섀넌 헤일 지음, 오정아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19세기를 배경으로 한 <오만과 편견>을 비롯한 제인 오스틴의 소설들은 몇 세기가 지난 지금까지 많은 여성팬들의 마음을 흔드는 로맨스 소설의 고전이 됐다. 말할 것도 없이 숱하게 드라마, 영화로 만들어진 제인 오스틴의 작품들. 외국에서는 제인 오스틴의 소설들을 소재로 한, 또는 제인 오스틴 작품에 대한 오마쥬라 할 수 있을 작품들이 몇 권이나 출간되었지만, 우리나라에서 소개된 건 극히 드물었다. 끽해야 <브리짓 존스의 일기>나 <제인 오스틴 북클럽> 정도가 소개됐을 뿐. '(칙릿 소설의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는)제인 오스틴이라면 시대와 공간을 초월해 한국 독자들에게도 사랑받을 수 있을텐데.'라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그런 와중에 <오스틴 랜드>와 만나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결할 수 있었다. 시작부터 '콜린 퍼스에게, 당신은 정말 멋진 남자지만 전 이미 결혼했어요. 그러니 우린 그냥 친구로 지내야 할 것 같네요.'라는 헌정사(?)가 등장해 키득거리게 만들더니, 읽는 내내 제인 오스틴에 대한, 그리고 BBC판 오만과 편견의 콜린 퍼스(다아시 역)에 대한 애정이 잔뜩 담겨있어 새삼스레 BBC판 오만과 편견이나 다시 볼까라는 마음에 DVD를 꺼내고 말았다. 

  서른 두 살의 그래픽 디자이너 제인(주인공의 이름부터 제인 오스틴과의 관련성을 찾을 수 있을 정도니.)은 어린 시절 우연히 동생의 숙제때문에 BBC판 오만과 편견을 본 뒤로 제인 오스틴의 소설들을 몇 번씩 읽고, DVD는 숱하게 본 제인 오스틴 매니아. (엄밀히 말하자면 다아시의 광팬?) 오만과 편견에 대한 인식이 너무 강해서인지 현실 속에서도 다아시와 같은 남자를 기다리고, 연애는 진지한 만남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지리 남자 복도 없는 그녀의 남자친구 1~12는 그야말로 형편없었으니, 마침내 그녀는 연애를 포기하고 혼자 살아갈 것을 맹세한다. 하지만 대고모님에게 유산으로 3주짜리 영국행 휴가여행상품권을 받게 된 제인. <오만과 편견>을 둘러싼 자신의 병적인 집착(?)을 떨치라고 대고모님이 주신 것으로 알고 다아시와 안녕을 고하기 위해 그 곳으로 떠난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팸플룩 코티지. 그 곳에서는 19세기의 옷을 입고, 19세기식으로 말하고, 19세기식으로 연애를 하는 것이었으니. 언제나 상상 속에서만 그리던 제인 오스틴의 소설 속에 직접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 제인은 이 곳에서 다아시에 대한 매료에 진정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까? 

  제인이 영국으로 떠나기 전에는 항상 다아시에 대한 열망을 키워왔던 제인이니까 3주 간의 19세기 체험은 그 어느 때보다 신나는 일상 탈출이자 다아시 환상에 대한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점점 책을 읽다보니 연극이 아닌 진짜를 찾기 위해 정원사인 마크와 불장난을 벌이는 제인의 모습이나, 다아시의 현대판이라 할 수 있을 법한 노블리와 관련이 되는 제인의 모습을 보면서 제인이 이번에는 진정한 사랑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품게 됐다. 다아시를 지우기 위해 온 여행이었지만, 제인에게 있어서는 그동안 자신에 대해 반성할 수 있는 기회이자 새로운 자신으로 태어나게 되는 과정이 꽤 흥미진진하게 그려졌다. 연애를 포기하고 혼자 살겠노라고 엄숙히 다짐한 30대 여성이 역시 연애는 아직 포기할 수 없는 것이라는 진리(?)를 깨닫게 되고, 마침내 진정한 사랑을 찾게 된다는 내용은 쉽게 예상할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인 오스틴이라는 고전적인 요소가 곳곳에 숨어있었고, 19세기를 그대로 재연한 오스틴 랜드가 있었기에 끝까지 흥미롭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진짜와 가짜를 구분할 수 없는 오스틴 랜드, 그리고 그 곳에서 찾게 된 진짜 사랑 이야기가 한 편의 달콤한 로맨틱 영화같이 느껴졌다. 

  이 책 외에도 <Me and Mr. Darcy>, <Confessions of a Jane Austen Addic>등의 제인 오스틴 관련 소설들이 존재하는데 기회가 된다면 이 책들도 만나보고 싶다. 그 전에 제인 오스틴의 다른 작품들이나 좀 제대로 나와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지만. (기껏 출간되는 제인 오스틴의 작품은 <오만과 편견>에만 너무 치중되는 느낌이랄까.) 어쨌거나, 책을 다 읽었으니 다시 주섬주섬 BBC판 오만과 편견이나 보며 느낌이나 곱씹어 볼까나. 콜린 퍼스 만세! 다아시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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