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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자의 거울 ㅣ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60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광용 옮김 / 해문출판사 / 1989년 5월
평점 :
품절
책 뒤표지에 '에르큘 포와로의 3대 범죄'라고 해서 꽤나 거창하게 소개를 하고 있지만 정작 내용을 들여다보면 포와로가 등장하는 3개의 중단편이 수록되어 있을 뿐 딱히 포와로에게 손꼽을만한 사건들이라고 이름 붙이기에는 민망한 소소한(?) 사건들이 등장한다. 세가지 이야기 모두 겉으로 보기에는 살인 사건이라고 보기에는 뭔가 미심쩍다는 점이 공통점으로 보이지만 정작 속내를 들여다보면 대가족 내에서의 범죄, 밀실살인, 삼각관계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 등 기존에 애거사 크리스티의 작품에서 흔히볼 수 있는 소재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이야기인 <죽은자의 거울>에서는 자기 밖에 모르는 한 귀족이 포와로에게 대뜸 편지를 보내 그를 불러들이는데에서부터 시작된다. 둘째 가라면 서러운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포와로에게 소환에 가까운 그의 편지는 다소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결국 그를 찾아간다. 하지만 도착했을 때 그는 자살한 상태로 발견되고, 그런 성격의 사람이 자살할리가 없다고 생각한 포와로는 나름대로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노력한다. 두 번째 이야기인 <뮤즈 가의 살인>에서도 역시 겉으로 보기에는 자살처럼 보이는 사건이 등장한다. 하지만 시신의 손에 쥐어진 총에서는 지문도 발견되지 않고, 방에서도 뭔가 미심쩍은 증거들이 보이는 등 자살이라고 보기에는 미심쩍은데... 마지막 이야기인 <로드스 섬의 삼각형>에서는 사람이 없는 조용한 장소에서 휴가를 보내려던 포와로가 남녀관계와 관련된 한 사건에 엮이게되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중단편들은 나름의 소소한 즐거움이 있어서 좋아하는 편인데, 이 책에 담긴 3편의 이야기는 오히려 장편으로 만들었으면 더 좋았을 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량을 고려해서 짧게 치고나가는 방법을 취했으면 좋으련만, 서술은 장편식인데 이야기는 단편이라 너무 엉성한 느낌이 들었다랄까. 물론, 애거사 크리스티 작품만의 색채를 느낄 수 있기는 했지만 범인의 정체에 점점 다가가는 긴장감은 덜 느껴져서 아쉬웠다. 또 기존에 애거사 크리스티의 작품을 여러 권 읽어본 독자라면 이런 비슷한 얘기 어디서 본 듯한데라고 생각할 법한 소재라 그 점도 아쉬웠다. 오랜만에 읽어본 애거사 크리스티의 작품이라 그런지 다소 실망스러웠던 책. 아쉽지만 애거사 크리스티의 중편을 만날 수 있었다는 점으로 만족해야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