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도둑 2
마커스 주삭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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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길이 남을 한 해였다. 79년(폼페이에서 화산이 폭발한 해)이나 1346년(흑사병이 널리 확산된 해)처럼. 물론 이것은 극소수의 예일 뿐이다. 낫은 무슨 낫.(죽음의 신은 보통 낫을 들고 수의를 입은 해골로 묘사된다.) 젠장. 나에게는 빗자루나 대걸레가 필요했다. 정말 필요한 것은 휴일이었다.

*작은 진실 한 가지*
나는 크든 작든 낫은 들고 다니지 않는다.
두건이 달린 검은 가운은 추울 때만 입는다.
내 얼굴은 그 해골 같은 생김새가 아니다.
당신은 멀리서 내가 그런 모습일 것이라고 여기며 좋아하지만.
내가 정말로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싶은가?
내가 도와주지.
나는 이야기를 계속할 테니 가서 거울이나 하나 찾아와 들여다봐라. -9~10쪽

병정은 토미 뮐러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의 흙에 묻혀 있었다. 긁히고 짓밟혔지만, 사실 그것이 리젤에게는 가장 중요했다. 그렇게 상처를 입었음에도 여전히 설 수 있다는 것. -30쪽

이들이 더 나은 것을 받을 자격이 있을까? 이 사람들이?
이들 가운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히틀러의 눈길의 냄새에 취해 그의 문장, 문단, 책을 그대로 되풀이하며 다른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박해했을까? 로자 후버만이 책임을 져야 할까? 유대인을 숨겨준 사람인데? 아니면 한스가? 이들 모두가 죽어 마땅할까? 아이들도?
이 질문 각각에 어떤 답이 나올지 무철 흥미롭다. 물론 나 자신이 답을 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지는 않지만. 다만 나는 이들 모두가, 아주 어린 아이들을 제외한 모두가 그날 밤 나를 느꼈다는 것을 알고 있을 뿐이다. 나는 암시였다. 나는 조언이었다. 사람들이 상상하는 나의 발이 부엌으로 들어가고 복도를 걸어다녔다.
인간들에게는 흔히 있는 일이지만, 책도둑의 언어로 그들에 관해 읽었을 때, 나는 그들을 동정했다. 물론 그 당시 여러 수용소에서 내가 퍼나르던 사람들에게 느끼던 것만큼은 아니지만. 지하실에 있던 독일인들은 물론 동정할 만했다. 하지만 적어도 그들에게는 기회가 있었다. 지하실은 샤워장이 아니었다. 그들은 샤워를 하라고 그곳에 보내진 것은 아니었다. 그 사람들에게 삶은 여전히 성취할 수 있는 것이었다. -109~10쪽

리젤은 책에서 한 페이지를 뜯어내 반으로 찢었다.
이어 한 장(章)을.
곧 리젤의 다리 사이와 둘레에는 말의 조각들만 흩어져 있었다. 말. 왜 이것들이 존재해야 하지? 이것들이 없으면 이런 일도 없을텐데. 말이 없으면 퓌러도 아무것도 아닐 텐데. 절뚝거리는 죄수들도 없고. 우리 기분을 낫게 해줄 위로나 세속적인 술수도 필요 없을 텐데.
말이 무슨 소용이 있어?
이제 리젤은 오렌지빛 방을 향해 소리 내어 말하고 있었다. "말이 무슨 소용이 있어?"
-309~10쪽

*책도둑-마지막 줄*
나는 말을 미워했고
나는 말을 사랑했다.
어쨌든 나는 내가 말을 올바르게 만들었기를 바란다.
-3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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