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 그가 돌아왔다.

셜록 홈즈 이탈리아인 비서관 ㅣ 새로운 셜록 홈즈 이야기 2
칼렙 카 지음, 공보경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2월

  셜록 홈즈가 돌아왔다는 사실만으로 잔뜩 기대를 하며 읽었던 새로운 셜록 홈즈 이야기 첫 번째 권인 <셜록 홈즈, 마지막 날들>. 셜록 홈즈는 그렇게 후대의 작가들에 의해 다시 작품 속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었지만 너무나도 허약해져 셜록 홈즈다운 맛을 느낄 수 없었기에 아쉬움이 남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에 셜록 홈즈가 등장한다 뿐이지 별 감흥이 없었다. 하지만, 이 책 <셜록 홈즈 이탈리아인 비서관>을 읽고 나서는 셜록 홈즈가 다시 살아 돌아온 것 같아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 물론,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100프로 셜록 홈즈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 분위기만은 고스란히 전해져 지금도 셜록 홈즈를 사랑하는 많은 셜로키언들에게 즐거움을 전해줄 듯 싶다. 

  여느 때처럼 베이커가에서 한가하게(?) 지내고 있는 셜록 홈즈. 그런 그에게 형 마이크로프트의 전보 한 장이 전해져온다. 암호문 같은 전보를 간단히 해석한 홈즈는 왓슨과 함께 스코틀랜드의 홀리루드하우스 궁정으로 향한다. 그 와중에 기차에서 폭탄 공격을 당하기도 하는 셜록과 왓슨. 우여곡절 끝에 목적지에 도착한 그들은 홀리루드하우스 궁정을 둘러싼 의문의 사건과 여왕에 대한 암살 위험을 배제하기 위해 조사를 시작한다. 그리고 속속들이 밝혀지는 의외의 진실들. 

  이 책의 제목에서도 드러나는 '이탈리아인 비서관'은 스코트랜드의 메리 여왕 시절의 인물이다. 그가 무참히 살해당해서 그 영혼이 아직도 성을 떠돌며 복수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유령의 존재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평소 같았으면 유령의 존재에 대해 코웃음을 쳤을 홈즈마저도 이번만큼은 왠지 유령의 존재에 대해 수용하는 듯한 분위기를 풍기기 때문에 더 그랬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나름대로 긴장감넘치고 탄탄한 이야기를 즐기는 것으로도 즐거웠지만, 셜록과 왓슨, 마이크로프트 등의 인물들을 다시 책 속에서 만나 다른 작가의 손을 거친 그들의 모습과 원작에서의 모습을 비교해보는 즐거움도 얻을 수 있었다. 확실히 원작의 홈즈보다는 이 책 속에서 홈즈가 더 덜 괴팍하고, 더 사근사근한 느낌이어서 왠지 평소보다 컨디션이 좋은 홈즈를 만난 것 같았다. (그래도 사건에 대해서는 마지막에야 입을 여는 모습 만큼은 똑같더라.) 원작과 비교해서 읽는 재미, 독립된 하나의 작품으로 읽는 재미.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이어지는 셜록 홈즈 트리뷰트 시리즈도 조금 기대해봐야겠다. (다시 노년의 홈즈를 다루고 있는 게 걱정이긴 하지만.)


덧) 작품 해설(칼렙 카의 작품 세계와 셜록 홈즈)을 보면서 칼렙 카의 다른 책들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268 페이지에 담겨있는 '파리의 아르센 뤼팽을 주인공으로 한 에드가 앨런 포의 혁신적인 소설'이라는 부분은 '오귀스트 뒤팽'이 아닐까 싶다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