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7 - 하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한희선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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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짓말을 조금 보태서 거의 일 년만에 미야베 미유키의 책과 다시 만났다. (마지막으로 접한 것이 작년 여름이었으니 좀 부풀려서 1년) 그간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들이 꾸준히 출간되기는 했지만 이상하게 흥미를 잃어버려서 나중에 뭐 읽을 날이 오겠지하고 미루고 미뤄왔다. (마지막으로 읽었던 <나는 지갑이다>가 약했기 때문일지도) 어쨌거나 그렇게 오랫동안 만나지 않았던 미유키와 다시 만나게 된 건 순전히 중고샵에 올라온 <레벨 7>때문. 오. 한 권 가격에 두 권을 구매할 수 있겠군이라는 특유의 지름신의 강림으로 며칠 뒤 내 손에 쥐어진 책. 수험생 주제에 이렇게 느긋하게 독서를 해도 되나라는 죄책감을 가지며 책을 읽어갔는데 도저히 멈출 수 없어 결국 꼬박 몇 시간을 이 책에 투자해버렸다. 

  어느 날 낯선 장소에서 눈을 뜨게 된 두 남녀. 자신이 누구인지, 왜 그 곳에 있는지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두 사람. 집에는 새 것으로 보이는 일용품들이 잔뜩 준비되어 있고, 커다란 여행용 가방에는 엄청난 현금과 권총이 있었다. 이에 자신들이 뭔가 범죄에 연루된 것은 아닐까하고 걱정하는 두 사람. 그들 앞에 우연히 나타난 옆집 남자의 도움으로 기억을 되찾기 위해 뛰기 시작한다. 한 편, '네버랜드'라는 전화 상담소에서 근무하던 신교지는 단순히 전화 친구의 관계를 넘게 된 여고생 미사오가 실종되었음을 알게되고, 그녀로부터 구해달라는 전화도 받게 된다. 아무런 단서도 없이 발로 뛰며 미사오의 흔적을 찾기 시작한다. 

  기억상실이 되어버린 인물, 그리고 누군가의 흔적을 찾아 발로 뛰는 인물, 커다란 사건을 잊지 못해 몇 년이 지나도 거기에 얽매여있는 인물 등의 유형은 어떻게 보면 소설에서는 꽤 자주 만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다소 평범한(?) 캐릭터들을 이용해 잘 짜여진 플롯으로 독자에게 긴장감을 주는 것은 평범한 작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방면에서 미야베 미유키는 꽤 능력있는 작가고, 독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작가가 아닐까 싶다. 두 방면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얼핏 얼핏 두 방면이 만날 듯이 단서만 흘려주다가 마침내 한 점에서 만나게 되는 순간. 그 순간을 접할 때까지 독자는 한 순간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두 사건의 직접적인 접점이라고는 '레벨 7'이라는 단어가 고작이었지만, 마침내 '레벨 7'의 정체를 알게 됐을 때는 '레벨 7'의 정체를 알았다는 속 시원함보다는 왠지 모를 찝찝한 기분이 감돌았다. (아무래도 레벨 7이 의미하는 바때문에 그랬을텐데, 이 부분은 책에서 확인하시길-) 하지만 그런 찝찝한 느낌보다는 오랜만에 정말 즐거운 독서를 한 것 같다는 만족감이 들었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처음에는 느릿느릿 움직이다가 중반 이후부터는 정신없이 돌아가는 느낌이었던 책. 한 번 잡으면 놓을 수 없을테니 이왕이면 주말에 느긋하게 읽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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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10 01: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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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10 09: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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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11 00: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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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11 00: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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