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상을 수상했고, 독일 영화라는 점때문에 막연히 어렵겠다는 거부감이 있었기 때문에 많은 호평을 보면서도 왠지 자꾸 미루고 또 미뤘던 작품. 하지만 무슨 바람이 들어서인지 별 생각없이 보기 시작했다가 점점 영화에 빠져들어버렸다. 영화를 보며 진정한 자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동독의 국가안전부의 요원인 비즐러 중위.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같았던 그에게 극작가인 드라이만에 대한 감시임무가 떨어진다. 처음에는 딱딱한 태도로 감시에 임했던 비즐러. 하지만 드라이만과 그의 연인인 크리스타의 일거수 일투족을 엿들으며 점점 그들의 인간적인 모습에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스승의 자살로 인해 충격을 받은 드라이만이 동독의 현실에 대한 기사를 쓰기 시작하고 이를 알고 있는 비즐러는 그의 행동들을 덮어주며 암묵적으로 그와 공범이 된다. 그렇게 그동안 자신을 지배해온 신념을 버리고 위험하지만 인간다운 삶을 얻게 되는데...



  이 영화 속에서는 국민의 모든 생활을 감시하고 있는 동독에 대한 비판이 등장한다. 하지만 정작 통일이 되고 그런 감시에서 벗어났다고 하더라도 진정한 자유는 주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자유로운 국가 하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자유는 모두가 같은 신념을 가지고 살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자신과 다른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들을 자신의 방식대로 맞추려고만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다른 신념을 가진 사람이 있음을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그들에게 억압과 통제가 아니라 그들 자신의 삶을 살 수 있게 해주는 것. 그것이 진정한 자유가 주는 행복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보며 왜 비즐러는 드라이만을 그렇게 도운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드라이만을 돕는다고 해서 그에게 일어난 것은 그 임무(드라이만에 대한 감시 업무)가 실패한 뒤 20년을 편지 검열부에서 일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에 드라이만의 새로운 작품을 구입하며 포장을 해드릴까요라고 묻는 점원에게 "This is for me"라고 대답하는 모습을 보며, 그는 그의 이익을 얻기 위해서 드라이만을 도운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 속에 들어가 생활하며 그 자신을 위해 변한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만약 비즐러가 자신을 위해 한 일을 알게 된 드라이만이 비즐러와 만나 감사의 마음을 표했더라면 이 영화는 상투적이긴 해도 그런대로 좋은 모양새를 만들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한 때는 정부요원이었지만 이제는 신문 배달부가 된 비즐러를, 드라이만은 멀리서 지켜볼 뿐 만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그의 새 작품을 비즐러에게 바침으로써 자신의 감사를 전한다. <선한 사람들을 위한 소나타>라는 드라이만의 책 제목처럼 이 영화는 아직도 마음 속에 작은 희망을 갖고 있는 사람들, 이 세상에도 아직은 희망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영화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가슴이 뭉클해지는 영화를 만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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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1-27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내 인생 최고의 영화야!라고 꼽기로 결정했어요. 정말 감동 백만 배였어요ㅠ.ㅠ

이매지 2008-01-27 18:51   좋아요 0 | URL
저도 감동 백만배였어요.
그 피아노 연주나올 때부터 흔들렸던.

깐따삐야 2008-01-27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매지님도 보셨군요! 저도 이 영화 참 좋게 봤는데. 비즐러가 도운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이겠죠? 정말 여러 사람에게 추천하고픈 영화에요.^^

이매지 2008-01-27 18:52   좋아요 0 | URL
만약 남을 위해했다면 어떻게든 생색을 냈겠죠? ㅎㅎ
저도 여러 사람에게 추천하고픈 영화인데,
네이버같은데 보니 평이 극단적이라 놀랐어요.
다행히 여기엔 비슷한 공감대를 가진 분들이 많으신 듯^^

2008-02-02 18: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2-02 2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