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복의 랑데부 동서 미스터리 북스 54
코넬 울릿치 지음, 김종휘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평점 :
품절


  
  윌리엄 아이리시의 <환상의 여인>을 좀 지루하게 읽었던지라 <상복의 랑데부>를 앞에 두고도 왠지 지루하지 않을까하고 망설였다. (혹 모르는 분이 계실까 싶어 윌리엄 아이리시와 코넬 울리치는 같은 사람이다.) 하지만 후지키 나오히토의 출연작을 검색하다가 발견한 동명의 일본드라마에 혹해서 앞서 원작부터 읽어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의 준비를 하고 보게 된 작품. 하지만 몇 장 넘기지 않아 이 책의 매력에 푹 빠져 끝까지 가슴을 졸이며 읽어갈 수 있었다. 

  너무나 평범한 남자 조니 마. 사랑하는 연인 도로시와 매일 밤 8시에 잡화점 진열장에서 만나 데이트를 하는 소박하지만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날 하늘에서 떨어진 유리병이 도로시에게 떨어지며 깨진 병처럼 조니의 생활도 산산이 부서져버린다. 이에 병을 떨어뜨린 비행기를 추적해 그 비행기에 탔던 다섯 사람에게 차례차례 복수를 시작하는 조니. 그들을 직접 죽이기보다는 그들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앗아가기 시작한다. 도로시가 죽은 5월 31일에 한 명씩 한 명씩 복수를 시작하는데...

  추리소설을 읽을 때면 물론 트릭이나 범인의 정체도 중요하지만 그런 것들이 없는 도서추리소설도 충분히 재미있다. 일종의 도서 추리소설이라 할 수 있는 이 작품에서 가장 볼만한 점은 자신에게 죽음이 닥칠 것을 알지 못하고 섣불리 행동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지켜보는 것과 어떻게든 죽음을 피하기 위해 기를 쓰는 인물들이다. 범인인 조니가 어떤 마음으로,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보다는 점점 끝으로 향해가는 조니의 복수극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며 조니의 타겟이 된 사람들을 어떻게든 보호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윌리엄 아이리시에 대한 호감도 별로 없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는 그의 간결하면서도 감성적인 문체를 접하고는 예전에 읽은 <환상의 여인>을 비롯하여, <밤 그리고 두려움>과 같은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이 책과 거의 같은 내용을 다루고 있다는 <검은 옷을 입은 여인>도 어떤 분위기인지 궁금하고. 왠지 모를 애수가 가득차있어서 그 어떤 추리소설을 읽을 때보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읽었던 작품이 아닐까 싶다.

덧) 드라마 <상복의 랑데부>에서 복수에 불타는 살인범을 맡은 후지키 나오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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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 2008-01-18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완전 동감 환상의 여인은 왜 명작이라고 꼽히는지 잘 모르겠더이다.
읽다가 내팽개쳤다는 -_-;
이 책은 재미있나봐요. 메모하고 갑니다 ^^

이매지 2008-01-18 19:55   좋아요 0 | URL
세계 3대 추리소설이라고 하기에 읽었는데 엄청 시큰둥했던;
Y의 비극이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그러려니했는데 말이죠 ㅎ
이 책 생각보다 재미있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