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에는 꽤나 느끼하다고 생각했던 배우 중 한 명인 주드 로. 하지만 나이가 들어 취향이 바뀐 건지 어쩐지 최근 주드 로의 매력에 빠져 허우적. 게다가 잭 블랙의 영화들을 보면 언제나 유쾌해졌기에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이하게 보게 된 영화. (여배우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은 순전히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LA에서 살고 있는 잘 나가는 예고편 제작사 사장인 아만다. 뭐 하나 부러울 것 없는 그녀지만 연애만큼은 쉽사리 되지 않는다. 함께 살고 있는 남자친구가 바람을 핀 사실을 알게되고 이에 어떻게 하면 혼자 크리스마스 연휴를 보낼 수 있을까 검색하던 중 집 교환 사이트를 발견한다. 그 곳에서 영국의 한 시골의 오두막집을 발견한 아만다는 집 교환을 제의한다. 한 편, 오두막집의 주인인 신문 칼럼을 연재하는 아이리스 또한 몇 년 간 사귀어온 남자가 다른 여자와 약혼을 발표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에 빠져 있는 상황. 아만다와 아이리스의 조건이 맞아 떨어져 둘은 집을 바꿔 2주 간 생활하기로 한다. 이별의 충격을 잊기 위해 시작된 낯선 곳에서의 생활. 그리고 그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 미처 몰랐던 자신을 발견하기 시작하는데...

처음에는 단순히 로맨틱 코미디라고 생각하고 본 영화였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로맨틱 코미디들이 대개 그렇듯 몇 가지 설정들이 존재하고 그 곳에서 결국 남녀주인공은 만나 서로의 단점을 극복하고 마침내 사랑을 확인한다는 내용이겠거니라고 생각했던 것.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로맨틱 코미디의 필수 요소(?)들을 갖고 있으면서도 다른 부분들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었다. 예를 들면, 자신에 대해 자신감이 없고 늘 남자친구에게 끌려다녔던 아이리스가 LA에 와서 알게 된 시나리오 작가인 아더를 만나면서 자신감을 찾게 되고 마침내 당당하게 NO라고 대답할 수 있게 되는 장면과 같은 것이나, 영화 음악을 만드는 마일즈가 온갖 영화 음악에 대한 사랑을 쏟아낼 때와 같은 부분들에서는 분명 로맨틱 코미디 영화 이상의 것이 있었다. 여성에 대한 사실적인 고찰, 그리고 영화에 대한 애정이 있었기에 단순히 웃고 즐기는 데서 끝나지 않은 듯 싶다.

4명의 주인공이 등장하고 제각각의 사연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자칫하면 산만해질 수 있는 구조지만 이 영화는 산만하지 않고 오히려 생동감있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2시간 남짓한 러닝 타임이 짧다고 느껴질 정도로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졌던 영화였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이 영화의 감독이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과 <왓 위민 원트>를 만든 낸시 마이어스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됐는데, 이 영화를 보고는 이제는 낸시 마이어스의 작품이라면 무조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만족스러웠던 로맨틱 코미디.

자신의 삶에서 주인공이 아닌 조연으로 살았던 주인공들이 당당하게 자신을 주연으로 한 인생을 시작하는 것. 그것이 이 영화가 준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었다. 독특한 소재와 함께 따뜻한 시각이 좋았던 영화. 모처럼 빤하지 않은 로맨틱 코미디를 만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때를 딱 맞춰 보았기에 재미가 2배가 된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