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고향옥 옮김 / 양철북 / 2007년 10월
품절


사람은 어떨 때 죽음을 선택하는 것일까. 절망이든 슬픔이든, 채무든 식구의 불행이든 실연이든 뭐든 자살할 가치가 있는 조건이 갖춰졌을 때일까. 그렇게 딱 잘라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닌 듯하다. 컵 속에 있는 물은 반드시 가득 차야만 쏟아지는 것은 아니다. 아주 조금 있을 때도 컵이 기울어지면 쏟아져 버린다.
누구의 컵도, 결코 텅 비어 있지는 않을 것이다. 컵은 흔들리고 있다. 틀림없이, 누구나 저마다의 진폭으로.
내 컵은 지금 어느 정도 각도로 기울어 있을까? 통근 전철에서 마주치는 사람들 컵은? 플랫폼에 잠시 멈춰 선 사람들 컵은? -78~9쪽

엄마가 그랬어요. 힘든 일이 아무리 많아도 마지막은 반드시 해피엔드로 끝내라고요. 할머니가 돼서 죽기 직전에라도, 꽤 해피엔드였어, 그렇게 생각할 수 있으면 최고인 거래요. 내 인생이 해피엔드였다면, 그 사람 인생도 한 번 역전해서, 결국엔 해피엔드가 된대요. -90쪽

죽는다는 것을, 모른다. 부모가 죽는 것도, 모른다. 그런 식으로 말하면, 자신이 나이 들어 가는 것도, 아들이 어른이 되어 가는 것도, 지금 중년이라고 말하는 나날을 살아가는 것조차도, 사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 모든 게 처음 경험하는 것이고, 모든 것이 두 번 다시 되풀이할 수 없는 경험인데.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어른'이고 '어린이'라는 것이 대체 어떤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들기 시작한다. -212~3쪽

아이와 가까이 지내는 건 어렵다. 생각한 것보다 훨씬 어른이고, 훨씬 어리고, 훨씬 다정하고, 훨씬 잔혹하고, 걱정 때문에 가슴이 아플 때도 있고, 조금은 상식을 생각하라고 말해 주고 싶어질 때도 있고, 맥 빠질 정도로 무신경한가 싶으면, 금세 오싹할 정도로 어두운 모습으로 태도를 바꿀 때도 있다. 정답이 없다. 정체를 알 수 없아. 윤곽이 뚜렷하지 않다. 그래서 나는 월급은 박해도 교사라는 직업을 좋아하고... 이렇게 생각하면 지나치게 잘난 척하는 것일까?-213~4쪽

부모 자식 사이란 게, 꺼끌꺼끌하단 생각이 들거든요. 사포나 양면테이프 같구나 싶어요. 마찰력이 굉장히 강합니다. 그러니까 딱 들러붙은 듯이 서로 알 수 있는 때도 있고, 반대로 조금만 어긋나도 서로 상처 받고...-3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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