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 속에 자리잡은 조그만 마을 도그빌. 평온하고 사람답게 살고 있는 듯한 이 마을에 그레이스라는 한 여자가 갱들을 피해 도망쳐온다. 갑작스러운 이방인이었지만 마을 사람들은 2주간의 탐색 끝에 그녀를 받아들이기로 한다. 하지만 그녀를 쫓는 사람들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여 그녀를 찾는 현상 포스터를 붙이고 도그빌의 사람들은 점점 변해가기 시작한다. 폭력, 성적 학대, 지나친 노동. 그레이스는 이 모든 것을 묵묵히 감당하며 참아내지만 결국 탈출을 결심한다. 하지만 탈출은 실패하고 그녀는 개목걸이에 무거운 쇠까지 매달고 다니는 신세가 되어버린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불러들이는 것인지를 모른 채 갱들을 마을로 불러 들이는데...

이 영화는 영화이지만 연극적인 요소가 많았다. 마을의 집은 위에서 내려다보는 평면적인 모습, 혹은 집 내부의 모습만 존재한다. 무대에는 벽이나 문은 가상적으로 존재할 뿐이다. 또한, 각 장이 나눠져있어서 시작 부분에서는 그 장에서 어떤 이야기가 진행되는지 간단히 요약되고, 배우들의 대사도 물론 있지만 나레이션이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이런 점들때문에 영화를 보고 있지만 마치 객석에서 연극 한 편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인간의 선한 의지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가졌던 그레이스가 도그빌 사람들을 접하면서 어떻게 변해가는지, 그리고 스스로 부끄러움이 없다고 생각한 도그빌 사람들이 점점 어떻게 변해갔는지를 살펴보며 어느 공포영화보다 더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인간의 내면에 잠자고 있는 잔인함이나 추악함이 얼마나 심해질 수 있는지, 집단은 얼마나 이기적으로 변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 영화라고 생각했다. 다소 긴 러닝타임이었지만 영화를 보고 나니 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고인 물이 썩듯이 조금씩 썩어가는 도그빌의 모습은 짧은 시간에 담아내기엔 부족함이 많을 것 같았으니까.
2006년 12월 26일에 본 영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