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사촌언니와 함께 도모토 쿄다이라는 쇼프로를 보게 됐다. 거기서 사회를 맡은 도모토 츠요시라는 배우도 처음 봤다. 꽤나 웃기다는 생각을 하며 봤기 때문에 이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을 때 츠요시의 모습을 보면서 왠지 피식피식했던. 첫 인상은 코믹했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방황하는 20대의 모습을 잘 그려내고 있는 것 같아 호감이 갔다. 드라마와 나의 현재 상황이 오버랩되서 왠지 드라마를 보면서 그들과 함께 한 발짝 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엄마로부터 '심심한 녀석'이라고 불릴 정도로 왠지 존재감없는 스타일의 주인공 슈. 어디라고 말하면 그런 학교가 있었냐고 할 정도로 존재감없는 3류대학에 다니고 있는 졸업반 학생이다. 그런 그에게 동창회 초대장이 날아오고 왠지 기대감을 안고 동창회장을 찾아간다. 하지만 중학교 때도 크게 존재감은 없었던 것인지 슈를 알아보는 친구들은 별로 없어서 실망한다. 하지만 동창회가 끝나고 우연히 남은 슈, 코토미, 케이코, 코헤이와 함께 학교를 찾으며 잠시 즐거움을 느낀다. 그렇게 옛 추억에 잠겨있는 것도 잠시. 함께 있었던 코헤이가 학교 옥상에서 그들이 보는 앞에서 "앞으로 좋은 일 같은 건 아무 것도 없어"고 말하고는 자살을 해버리고 남은 이들은 그가 남긴 말을 곱씹으며 답을 구해보려 한다. 그렇게 친구의 자살이라는 하나의 끈으로 서로 묶인 세 사람. 그들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되는데...

  사실 구성만 봐서는 3각관계의 러브스토리가 예상되지만, 다행스럽게 러브스토리보다는 개개인의 삶이 잘 그려지고 있는 드라마였다. 초반에 친구의 자살이라는 커다란 사건이 터지지만 그 뒤로 이어지는 내용들은 거의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흔들리는 물결 정도다. 그 때문에 스피디한 전개를 좋아하는 분들이 보시기엔 다소 지루하지 않을까 싶었던 드라마였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잔잔한 느낌이 있었지만 오히려 너무 극적으로 사건이 진행되지 않아서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던 작품이었다. 



  한 번의 대입시험 실패로 주저앉아버린 케이코. 어린 시절 못난이라고 놀림받았던 기억때문에 어떻게든 복수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엄청나게 예뻐졌지만 마음만은 여전히 소심한 그대로인 코토미. 무던하게 살아가고, 별다르게 하고 싶은 일도 없는 슈. 이들이 저마다의 길을 찾아가고, 결국 자신들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가슴에 와닿았다. 단순히 이들의 방황만을 그렸다면 재미가 덜했을텐데, 조기퇴직을 한 아버지와 한 때는 대기업에 일했지만 이제는 운송업체에서 슈와 함께 일하는 남자(그는 슈의 아버지와 친구이기도 하다)의 이야기, 사랑과 재미가 넘치는 슈의 가족들의 이야기 등이 잘 어울린 것 같다. 벌써 21살이 아닌 아직 21살인 그들. 그들의 방황이 내일을 위한 거름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나도 이렇게 고민을 함께 나누고 기댈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과 함께 '그래, 아직 24살이니까'라는 다독임을 할 수 있었던 드라마였다. 

 

  덧) 슈의 형으로 나온 쿠도 칸쿠로는 천재 각본가라 불릴 정도로 유명한 인물로 드라마 <키사라즈 캣츠아이>,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 <맨하탄 러브스토리>, 영화 <고>, <핑퐁>, <한밤중의 야지 키타>, <69 식스티 나인>등의 각본, 때로는 감독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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