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여기저기서 야마삐에 대한 환호(?)를 들으면서도 드라마를 볼 때면 다소 시큰둥했는데 <쿠로사기>를 보면서 나 또한 야마삐의 매력이 푸욱 빠져버렸다. 뭐 그렇다고 해서 연기를 딱히 잘한다거나 매력이 있다는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이 드라마에서 야마삐는 자신의 매력을 한껏 살려 쿠로사기라는 인물을 잘 소화해낸 듯 싶었다. 다른 드라마에서는 쭉 염색한 머리로 나왔는데 이 드라마에서처럼 검은 머리가 더 잘 어울리는 듯. (그러고보니 그 동안에는 쭉 학생으로 나왔는데 이 작품에서는 어린티는 나지만 학생은 아니었구나.)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이 작품의 주된 내용은 '사기꾼을 속이는 사기꾼'의 이야기다. "세상에는 3종류의 사기꾼이 있다. 사람을 속여 금품을 가로채는 시로사기. 이성을 먹이 삼아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노는 아카사기. 그리고 시로사기와 아카사기만을 먹이로 삼는 최강의 사기꾼 쿠로사기."라는 멘트가 매 회마다 뜨면서 극 초반에는 쿠로사기는 사기꾼이 되었는가에 대한 수수께끼에 대해서, 복수를 위해 시로사기를 먹는다는 것이 밝혀진 뒤로는 복수를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모습이 보여진다. 매 회마다 다양한 사기가 등장하고 각각의 사기꾼에 걸맞게 자신의 모습을 바꿔가며 사기꾼을 속이는 쿠로사기의 모습이 재미있었다. 여기에 정의를 외치며 쿠로사기를 막으려는 츠라라와 쿠로사기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는 카시나 경부, 쿠로사기와 사기꾼에 대한 정보를 거래하는 카츠라기와 같은 인물들이 긴장감을 더해준 듯 싶다. (개인적으로 츠라라는 좀 답답했지만.)
다단계 사기, 통신판매사기, 프랜차이즈 사기, 결혼 사기, 대기업 주식 사기, 브랜드 사기 등 뉴스나 주변에서 한 번쯤은 들어봤음직한 사기 수법들이 등장하고 있어 현실감을 더해줬다. 뭐 시로사기들이 쿠로사기의 수법에 너무 쉽게 넘어가는 것 같아(그래도 명색이 사기꾼들 아니냐) 그 점이 다소 아쉬웠지만 정교한 사기 수법보다는 다소 엉성하고 어수룩한 사기라 오히려 야마삐의 이미지와 잘 어울린 것 같았다. 원작을 읽으신 분들은 원작이 좀 더 재미있다고 하는데 나중에 시간나면 원작도 한 번 읽어봐야겠다는. 최종화에서 다소 아쉽게 끝났다했는데 영화로 제작된다고 하니 (야마삐의 첫 영화라고) 영화에서는 쿠로사기가 못 다 이룬 복수를 완성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오랜만에 끝까지 재미 붙이고 본 드라마인 듯.
덧) 개인적으로 2화인 결혼 사기에서 야마삐가 가장 매력적(?)이었다. 바로 요런거. 으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