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촬영중인 인디아나존스가 촬영되지 않았더라면 인디아나 존스 마지막 시리즈가 됐을 작품. 개인적으로는 인디아나존스 시리즈 가운데 가장 재미있게 본 작품이다. 어린 시절의 인디의 모습에서부터 인디의 아버지인 헨리 존스 박사, 여기에 왜 '인디아나' 존스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됐는지 등 밝혀주고 있기 때문에 그동안 베일에 감춰져있던 인디아나 존스의 사생활에 대한 수수께끼가 조금 풀린다. 인디아나 존스가 겪는 모험에 있어서도 다른 이야기보다 더 흥미진진해서 긴장을 늦출 수 없었던 작품.

어린 시절 우연히 도굴꾼들이 콜로나도 십자가를 훔치는 것을 보게 된 인디. 하지만 콜로나도 십자가를 지켜내지 못한다. 세월이 지나 어른이 된 인디는 다시금 그 십자가를 손에 넣기 위해 애쓰고, 결국 십자가를 손에 넣는다. 그런 고생(?)을 하고 대학으로 돌아온 인디 앞에 도착한 소포 하나. 열어보니 그것은 아버지가 성배와 관련한 조사를 적어놓은 수첩이었다. 한편, 인디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에 의해 어디론가 향하고, 그 곳에서 각종 유물을 수집하기 좋아하는 도노반과 만난다. 도노반에게서 석판을 참고해 성배를 찾아달라고 하며, 그의 아버지가 성배를 찾으러 가서 행방불명되었다고 얘기해준다. 성배보다는 아버지를 구하겠다는 생각에 모험을 떠나게 된 인디. 가까스로 아버지를 찾아내고 둘은 함께 성배를 찾기 시작하는데...

스필버그 감독이 유대인이라 그런지 이 영화에서는 나치에 대한 반감이 드러난다. 일단 나치가 성배를 손에 넣어 절대적인 힘을 갖고자 한다는 설정도 그렇고, 나치의 전당대회(?)에서 책을 불태우는 사건을 보여주기도 하며 나치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한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것은 '탐욕'에 대한 것이다. 성배로 물을 마시면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다는 점때문에 기꺼이 나치와 협력하고 자신의 배신을 합리화하는 사람들. 그리고 동굴이 무너져 떨어져 죽을 판인데도 성배에 손을 뻗는 모습 등을 보여주며 인간의 탐욕이 얼마나 추악한지, 그리고 그 끝은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전반적으로 박진감넘치는 구성이었지만 그런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코믹한 요소도 많이 심어놓은 것 같다. 예를 들어, 인디가 절벽에서 떨어진 줄 알고 절벽 밑을 내려다보며 슬퍼하는 아버지와 친구들의 등 뒤로 가까스로 살아 온 인디가 등장해 그들과 함께 절벽 밑을 내려다본다. 이 때 아버지는 옆에 있는 인디를 발견하고 "네가 죽은 줄 알았다"라고 하고, 이에 인디는 "저도 죽은 줄 알았어요" 이런 식으로 대꾸를. 그 뒤 아버지가 말을 타러 떠나자 인디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이를 본 아버지는 "다 왔으니까 이따 쉬어라"고 얘기하는 장면 등 대화가 재미있는 것보다는 상황이 주는 코믹함이 많았던 작품이었다.
덧)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리버 피닉스를 볼 수 있는 영화 중 한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