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에게 보내는 편지
대니얼 고틀립 지음, 이문재.김명희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9월
절판


샘,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그건 그냥 다른 것일 뿐이다. 그렇지만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은 문제다. 명심해라, 네가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하면, 그 생각이 네가 세상을 보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어놓을 수 있다는 것을. -34쪽

서로 다른 지도들이 사람들을 어떻게 다른 길로 인도하는지 생각해보자. "인생이란 어렵기만 한 문제집이야. 푸는 즐거움이라곤 없고 넘기면 넘길수록 팍팍하기만 해"라고 말하는 지도가 있고 "인생이란 놀라운 선물이 켜켜이 쌓인 보물 상자야. 열면 열수록 감사할 일이 가득해"라고 말하는 지도가 있다고 해보자.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이렇게 상반될 경우, 서로 다른 지도를 가진 두 사람이 설령 서로 비슷한 삶을 산다 해도, 두 사람은 삶의 여정에서 만나는 순간 순간을 전혀 다르게 경험할 것이다. -75쪽

샘, 너는 비록 연약하지만 네가 가진 환한 미소는 친절한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자석과 같다. 다른 사람을 기꺼이 도우려는 따뜻하고 착한 사람들이 네게 다가올 것이다. 그런데 샘, 너는 어떤 사람일까? 네가 자신의 연약한 면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드러내는 사람일지 궁금하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연약함을 들키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수많은 가면을 쓴다. 하지만 우리가 강한 척, 용감한 척하지 않아야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을 베풀 기회를 준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85쪽

"모든 감정은 왔다가 가는 거야. 그러니까 버스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감정이 지나가길 기다려. 좌절감과 분노, 피해의식을 안고 기다린다고 해서 버스가 더 빨리 오는 것은 아니지. 인내심을 갖고 느긋한 마음으로 기다린다고 해서 더 빨리 오는 것도 아니고. 다만 때가 되면 오는 거야. 올 것은 온다고 믿고 기다려."-146쪽

샘, 네 마음은 활기차면서도 위험한 동네와 같다. 대부분은 즐거움이 넘치는 동네지만, 자칫 방심했다간 위험에 빠지는 곳이기도 하다. 때로 죄책감, 수치심, 불안감, 외로움 같은 감정이 너를 옭아매고 놔주려 하지 않을 것이다. 부당함, 불행, 죽음, 배신, 거짓말, 모욕감, 당혹스러움이 잊혀질만 하면 떠오르기도 할 것이고. 그러다가도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유머, 놀라움, 기쁨, 경탄의 순간들이 불쑥불쑥 솟아올라 너를 즐겁게 만들기도 하고 말이다. -177쪽

마음에 대해 삼십여 년 동안 공부한 끝에, 나는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 사람의 마음은 '고장난 콩팥'이다! 이렇게 말하면 할아버지 머리가 어떻게 된 게 아닐까 하고 고개를 갸웃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들어보아라.
콩팥(신장)은 매일 백구십 리터 정도의 혈액을 여과해서 필수영양소를 걸러내고 나머지 액체는 몸 밖으로 배출한다. 우리의 마음은 매일 수입 억 개가 족히 넘는 메시지를 받아들인다. 단순한 감각을 자극하는 메시지에서부터 과거 회상, 미래 예측, 감정 반응에 이르기까지 생각할 거리도 많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마음은 영양가 있는 생각과 노폐물로 처리해야 할 생각을 잘 구별하지 못한다. 콩팥은 혈액 중에서 영양분을 많이 걸러내고 극히 일부분만 노폐물로 배출하는 반면, 우리 마음은 그렇지가 않다. 우리의 생각 중에서 적어도 구십 퍼센트는 마음 밖으로 배출해야 할 영양가 없는 것들이다. -178~9쪽

샘, 살아가면서 규율, 자제, 목표, 계획, 그리고 포부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될 것이다. 자제해야 하는 충동, 해서는 안 되는 생각, 억제해야 할 망상에 대해서도 듣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내가 그동안 지켜봐서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네 마음 속 풍경은 탄성이 절로 나오게 한다. 격하게 흔들리다가 어느새 차분해져 있고, 정신없게 날아가다가 일순 느릿느릿 기어가고, 막무가내로 떼쓰다가 온순해진다. 온갖 생각들로 가득 차 있다가 동굴처럼 텅 비어 있을 때도 있다. 밝은 빛과 잔잔한 물이 모두 네 마음속에 있다. 다만 그것이 언제 자리바꿈을 할지 모를 뿐이다. 그게 마음이다. 네 마음이 요동치는 것은 네가 살아 있다는 증거다. -185쪽

샘, 너와 나는 살아가는 동안 줄곧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들에게 알려줘야 한다. 관심을 가지면 남을 도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분이 좋아지고 스스로를 도울 수 있다고. 또한 세상을 보다 친절하고 안전한 곳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이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관심을 보이고 또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일 때, 우리는 생산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고 나설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199~200쪽

샘, 개인적으로 정당한 대우를 받기 위해 싸우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난 네가 너 자신을 위해서도 싸울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하지만 네 분노를 잘 다스려서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한 분노로,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 싸우는 에너지로 승화시켰으면 더욱 좋겠다. 그럴 수 있다면 훗날 네가 할아버지가 되었을 때, 네 손자 손녀들이 훨씬 더 따뜻하고 아름다운 세상에서 자라날 수 있을 테니까. -206~7쪽

도대체 우리는 무엇에 굶주려 있는 것일까. 안정감과 행복? 그래, 맞다. 하지만 우리가 갈망하는 안정감이란 무언가를 손에 넣는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감정'이 아니다. 큰 저택과 멋진 차를 갖게 되면 안정된 삶을 획득했다는 환상은 얻을 수 있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환상일 뿐이다. 학교나 직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면 성취감을 느끼겠지만, 언제나 성취해야 할 또다른 것들이 계속 나타나기 마련이다. 행복은 항상 다음 길모퉁이에서 기다리고 있는 법이니까.
진정한 안정감은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에만 찾아오고, 서로 사랑하고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더욱 깊어지는 것이다. 진정한 행복은 내 삶을 충실히 살았다고 느낄 때 얻을 수 있는 보너스와 같은 것이다. -222쪽

너와 함께하는 지금 이 순간, 나는 순간순간 일어나는 일들을 온몸으로 느끼며 기쁨으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내 마음이 과거로 돌아가 잃어버린 것을 떠올릴 때면 가슴은 고통으로 가득해진다. 또 내 마음이 미래로 달려가 무언가를 갈망할 때도 역시 고통스럽다.
그토록 많은 어른들이 괴로워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한 번 살았던 삶을 다시 살려고 하거나, 이룰 수 없는 삶을 살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그날 네가 나에게 일깨워주었다. 우리가 가진 현재의 삶을 살 때, 지금 여기를 살 때 인생이 훨씬 행복해진다는 것을. -2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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