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독약병 동서 미스터리 북스 69
샬롯 암스트롱 지음, 문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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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소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는 표지와는 달리 이 책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밝다. 하지만 그 밝은 가운데 약간의 안개가 끼어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그 때문에 마치 간식을 먹는 것처럼 가벼운 느낌으로 읽어갈 수 있었다. 

  시를 전공으로 하고 있는 교사 케니스(55세). 굴곡없는 삶을 살며 평온한 나날을 보내던 그가 어느 날 옛 동료의 장례식에 참석해 동료의 딸인 로즈메리(32세)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처음에는 연민의 감정으로 로즈메리의 일을 도와주고, 청혼까지 하게 된다. 처음에는 단순한 계약관계였지만, 점점 로즈메리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는 케니스. 하지만 우연한 자동차 사고로 케니스의 동생인 에설이 오면서 로즈메리와 케니스의 평온한 생활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로즈메리에게 점점 사랑을 느끼는 케니스와 달리 로즈메리는 옆집 남자인 폴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아 케니스는 괴로워한다. 이에 옆집 남자인 폴이 예전에 보여준 독약이 생각나 그 독약을 마시고 자살을 하겠다고 생각하곤 폴의 연구실에 몰래 가서 겨우 독약을 손에 넣는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던 중, 버스에서 독약을 담은 올리브 병을 잃어버리게 되고, 그 때부터 올리브 병을 찾기 위한 추적이 시작된다. 

  초반에는 주로 케니스의 그동안의 생활과 심리적인 상태에 대해 그려지고 있다. 예의바르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씨를 가진 케니스. 외모도 나쁘지 않아 많은 이들의 호감을 얻고 있다. (이를테면 미중년이랄까?) 다만 단점이라면 소심한 성격과 연애를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는 것 정도. 그런 부분때문에 로즈메리와 살면서 그 스스로 심적인 고통을 겪었고, 자살까지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이야기가 거기서 끝나버렸다면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이야기가 됐을텐데, 독약을 담은 병을 잃어버리며 사방팔방 뛰어다니며 자신과 함께 버스를 탔던 승객들을 추적한다. 작은 마을이었기에 비교적 승객의 수는 적었지만, 한 명씩 한 명씩 조사해가면서 행여나 올리브 오일을 사용하지 않았을까 조바심을 갖는 모습이 즐겁게 그려졌다. 이 과정에서 케니스와 로즈메리가 그동안 짊어졌던 마음의 짐도 내려놓고 서로의 진심을 확인할 수 있었고. 

  심술궂게 느껴지던 에설이 결국 자신과 같은 잠재의식에 대한 비난을 듣고는 꼬리를 내리는 모습에서 왠지 모를 통쾌한 느낌까지 들었다. (에설은 모든 일을 잠재의식과 관련해 해석해 로즈메리와 케니스를 괴롭혔다.) 작은 올리브 오일 병을 찾으며 버스 승객을 한 명씩 찾아가고,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들이 계속 덧붙어 추적단(?)이 늘어가는 모습에서 익살스러움을 느꼈다. 작가는 알프레드 히치콕의 각본도 쓴 바 있다고 하는데, 이 책 또한 영화로 만들면 한 편의 미스터리 코믹물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덧) 번역이 참 뭐같아서 가독성이 떨어지는 게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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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09-09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재미 있을 것 같아요~~~

이매지 2007-09-09 23:05   좋아요 0 | URL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그냥 한 편의 소동극을 보는 느낌이랄까.
좀 가벼운 느낌이 강해서 실망하실지도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