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문제예요. '현존하는' 인류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말이예요. 알겠어요. 손에 무기를 잡으면 이미 그것을 쓴 거나 마찬가지예요. 당신들은 모르겠지요-사실을 냉정히 직시하면-어떤 일이든 원자폭탄을 떨어뜨릴 이유가 돼요. 인간이란 아주 야만스러워요... 본질적으로는. 의식적으로 야만스러운 것은 아니예요. 그것이 인간의 결점이라고는 할 수 없어요. 그것은 인간 본디의 성격이지요. 그렇다고 우리들 가운데 누군가가 나쁜 건 아니예요. 하지만 인간은 화내는 일이 있어요. 화내면 상대를 괴물 취급하지요. 괴물을 살해하는 것은 물론 아름답고 훌륭하고 용감하며 좋은 행위라는 이치가 되는 거예요. 그런 것의 차이를 '천천히' 이야기하여 이해하려고 하지 않아요. 안 그래요? 비록 이야기하더라도... 인간으 이성이란 실로 낡아빠진 것이므로 아주 사소한 의견 충돌...어쨌든 인간이란 언제나 자기들의 피와 동물적인 요소에 의해서 '행동해요'-133쪽
그것은 사실이다. 우리는 운명지워져 있다. 그리고 운명은 빙산의 내부, 그 물 밑 부분에 있는 것이다. 우리가 무엇을 어째서 행하느냐에 대해서는 아무도 영원히 모른다. 알았다는 착각, 선택할 수 있다는 착각이 있을 뿐이다. 우리는 '진실'로 여러 가지 어두운 힘, 미지의 추진력 뜻대로 조정되고 있다. 우리는 눈먼 바보들이다. 에설이 현실이라고 말할 때, 그 의미는 이러한 것이 된다. -135쪽
내 일생은 착각이었다. 모든 사람의 일생은 착각이다. 우리는 미지의 것, 알 수 없는 것에 의해 조종되고 있다. 어느 날인가 우리는 분명 그것을 불어서 날려 지구를 그 궤도로부터 놓아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135쪽
글쎄요, 잘은 모르겠지만,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이 자살하리라 생각하고 높은 바위 위에 버티고 서 있다고 합시다... 그러면 모든 사람이 그를 설득하여 내려오게 하려고 합니다. 시시한 캔디 같은 것으로 꾀어서 모두 자네 친구라고 하며 말이지요. 집으로 돌아가오. 개가 기다리고 있소. 맥주도 마실 수 있잖소. 초콜릿을 먹구려... 사람이 스스로 자기 목숨을 끊으려 할 때는 누구나 더 진지한 것을 생각하고 있을 텐데요. 캔디 같은 것을 꺼내올 때가 아니잖습니까? -178쪽
그야 하나에서 열까지 모조리 알고 있다면 사고 같은 건 일어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하나에서 열까지 모조리 아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예감이란 말만의 것이지요. 언제 누가 무엇을 하느냐 하는 것은 아무도-잘라말합니다만-아무도 '결코 모릅니다'. 당신도 당신의 잠재의식도! 그렇지 않습니까? 이 우주의 '사건'이란 너무 많으니까요. 그러므로 사고가 일어나는 원인이 되지요. 알겠습니까, 내 말뜻을?-185쪽
감사란 그 원인이 된 행위가 끝난 뒤에도 잠시 남는 거예요. 하지만 그것은 들에서 불을 지피는 것 같은 게 아닐까요. 그것은 활활 타올라 밝고 따뜻해요. 하지만 연료가 필요해요. 연료를 보급해 주지 않으면 영원히 불타오르지 못해요. -223쪽
그 누구도 말치레뿐인 감사에 사로잡혀서는 안 돼요. 비유를 달리하여 또 '혼합하여' 말하면, 내가 생각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사랑을 위해서만 했을 터인 옛날의 행위를 방패삼아 감사의 마음을 사들이는 부모들, 그러한 부모의 노예가 된 이 세상의 아이들 일이에요. 그리고 또 가엾은 방해자로까지 추락한 부모들 일이에요. 아이들은 당연히 부모를 원망하지만 어쩔 수 없지요. 피는 물보다 진하므로 그 응보 또한 반드시 아이들에게로 돌아오는 거예요. 수많은 불행을 보고들을 때마다 나는 몸이 떨려요. 감사가 하나의 부담이 될 때 그건 무서운 것이 될 수 있어요. 아시겠어요? 거기에는 반드시 죄의식과 함께 억지로 해야 하는 고통이 뒤따르지요. 그러나 만일 끊임없이 연료를 보급함으로써 서로 믿는 마음이 우러나고 서로 존경하는 마음이 쌓이면, 신뢰가 사랑으로 그리고 우정으로까지 차츰 자라나게 되면서 감사도 더 좋은 무엇으로 바뀔게 틀림없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오래 계속되는 것이. -22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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