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영화가 나왔을 때는 김수로가 출연한다는 사실에 왠지 코믹물일 것 같아 꺼렸는데, 하도 남친님께서 보라고 닦달을 해서 보게 된 영화. 내 예상과 달리 코믹한 부분은 별로 없었고, 오히려 아이러니한 상황이 주는 긴장과 은근한 감동이 쏠쏠했던 영화. 

  평범한 샐러리맨인 동철. 하지만 은행에서 빚까지 내서 투자한 주식이 홀랑 망해버리고, 결국 그는 사채를 쓰기 시작한다. 하지만 사채 이자 갚은 것도 그에겐 쉽지만은 않은 일. 여느 때처럼 사채 이자를 갚기 위해 달려간 곳에서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만호를 만나게 된다. 절박한 마음에 한 아이를 납치한 두 사람. 하지만 아이의 부모는 100번이 넘게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아 유괴는 실패한다. 그리고 만호는 자신감이 붙었는지 새로운 목표물을 찾아 계획을 세우고 동철을 끌어들이려 한다. 일은 겨우 성공했으나, 동철에게 "네 딸을 유괴했다"는 전화가 걸려오며 상황은 이상하게 흘러간다. 딸이 유괴되도 자신도 유괴범이기때문에 신고를 할 수 없는 동철. 어떻게든 몸값을 제대로 받아내서 딸을 구하려고 하는데... 과연 그는 무사히 몸값을 받아 딸을 구해낼 수 있을까? 

  이 영화는 사실 엄밀히 따지면 코미디 영화가 아니다. 그렇지만 김수로라는 배우의 이미지때문인지 코미디 영화로 홍보가 된 듯하다. 만약 이 영화가 좀 더 내용에 충실하게 홍보를 했더라면 관객이 좀 더 들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사채와 유괴라는 사회적 소재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현실감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주인공에 기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박장대소하는 코미디는 아니지만 현실을 풍자하는 블랙코미디적 성격이 강하다. 물론, 그런 부분도 많이 나오는 편은 아니라 이도 저도 아닌 느낌도 줬지만...


  이 영화 속에는 사실 알고보면 꽤 괜찮은 배우들이 등장한다. 최근 인기상승중인 이선균이 만호로 등장하고, 오만석은 흥신소 사장으로, 연기파 배우인 오광록은 그들이 납치한 고등학생의 아버지로 나온다. 때문에 각각의 캐릭터들은 대체로 안정되어 있다. 그렇기에 별 거부감없이 볼 수 있었던 영화였다. 



  이야기는 끝으로 향하면서 긴장은 풀어지고 가족에 대한 사랑, 그리고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강한 부정(父情)에 대해 보여주기 시작한다. 딸을 구해내기 위해 온갖 고통을 감내하는 아버지, 그리고 남편과 아이가 없으면 못산다고 이야기하는 아내. 이런 다소 작위적인 요소들이 아쉬움이 남았지만, 은근한 긴장감과 함께 현대 사회에서 가장의 위치(혹은 역할)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던 영화였다. 비록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생각보다 생각할 거리가 많았던 영화. 단순히 웃고 넘기기엔 주인공들을 둘러싼 현실이 너무나 씁쓸했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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