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에 대한 어떤 정보도 가지지 않고 단지 이 영화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만든 이누도 잇신 감독의 영화라는 것만 보고 보게 됐다. 이전 작품에서 장애인과의 사랑이라는 다소 껄끄러운 주제에 대해서 얘기했던 감독은 이 영화에서는 역시 껄끄러운 소재인 게이이야기를 풀어간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메종 드 히미꼬'는 게이들을 위한 실버타운이다. 세상으로부터 소외당한 게이들은 자신들의 남은 삶을 행복하게 보내고자 그 곳에 모여서 생활하는 것. 그 곳에 그동안 아버지인 히미꼬와 연을 끊고 살았던 사오리가 그의 애인의 부탁으로 일을 도우러 오게 되며 '메종 드 히미꼬'는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기본적으로 사오리는 아버지에 대한 증오감, 혐오감때문에 그 곳에 있는 다른 게이들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과 생활하며 점차 그들을 이해하게 되고 그들의 순수한 모습에 마음을 열게 된다.

다소 무거운 주제로 가라앉을 수 있었던 영화는 의외로 잔잔하고 편안하게 진행되었다. 때문에 관객들도 별 거부감없이 영화를 받아들일 수 있었고, 진심으로 '메종 드 히미꼬'의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이 영화는 '게이들도 똑같은 사람이다!'라는 가치를 세뇌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은 그저 다른 삶의 방식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라고 이야기하는 듯 하다. 그들의 삶이 옳은지 그른지, 사회적인지 비사회적인지, 그런 가치판단의 문제는 관객 스스로의 몫으로 남겨두고 감독은 그저 그 속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을 뿐이다. 영화 속에서 사오리는 아버지가 설령 암에 걸려서 죽었다고 해도 볼 생각이 없었지만 돈이 궁했던지라 유산을 물려준다는 말에 일주일에 한 번씩 아르바이트를 하는 셈치고 '메종 드 히미꼬'를 방문한다. 그녀는 정작 아버지를 대면하면서도 '아버지를 절대 용서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녀는 아버지를 '용서'하지는 않았을지언정 아버지를 '이해'하게 된다. 만약 감독이 '암만 아버지가 미워도 암에 걸려서 죽을 판인데 암암 용서해야지' 라고 생각하고 사오리가 아버지에게 '모든 걸 용서할께요.'라고 말하며 엉엉 우는 장면을 넣었다면 영화는 아주 형편없는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전형적인 우리나라 드라마인가.)

초반에는 심술맞은 표정이었던 사오리가 결말부에서 환하게 웃는 장면을 통해, 초반부에는 게이들은 죽어버리라고 벽에 낙서를 하던 꼬마가 후반부에는 자신의 성정체성을 찾고 일을 돕겠다고 '메종 드 히미꼬'로 들어가는 장면을 통해 우리는 그 안의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는 어떤 계기를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이 영화 한 편으로 게이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는 않을테지만 그들을 조금 이해할 수 있게는 도와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는 이해를.
-2006년 5월 12일에 본 영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