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해석
제드 러벤펠드 지음, 박현주 옮김 / 비채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지난 학기 비평론 수업을 들으며 처음으로 프로이트를 접하게 됐다. 사실 진작부터 읽어야지하고 생각만하고 있었던 프로이트였지만 왠지 어렵게만 느껴졌기에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막다른 골목에서 만난 셈. 하지만 그렇게 반강제로 만났던 프로이트는 내게 강한 인상을 남겼고, 좀 더 깊게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게 해줬다. 프로이트에 대한 호감때문에 두꺼워서 미루고 있던 이 책도 결국 이제서야 잡게 되었다. (4월에 선물받은 걸 이제서야 읽다니.) 이 책의 표지에는 프로이트와 융이 꽤 중요한 인물처럼 등장하지만 책을 읽다보니 사실 이들의 이야기는 부수적인 것이라 다소 아쉬움은 들었지만 두께에 비해 빠르게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이 책은 프로이트와 그의 제자들(융을 포함해)이 미국에 오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클라크 대학에 강연을 하기 위해 배를 타고 도착한 프로이트를 기다리고 있는 영거 박사. 그렇게 몸은 멀리 있지만 스승으로 삼았던 프로이트를 만난 영거 박사는 우연히 파티장에서 한 소녀가 채찍으로 맞은 상태로 기절한 채 발견된 사건에 대해 알게 된다. 사건 후 말을 하지 못하고, 사건에 대해 기억이 안난다는 소녀. 영거 박사는 이 소녀(노라)의 정신분석을 프로이트에게 부탁하지만 프로이트는 되려 영거 박사에게 소녀의 정신분석을 맡기며 자신에게 소녀의 이야기를 전달해달라고 이야기한다. 계속하여 소녀를 해치기 위해 찾아오는 범인, 그 범인을 밝혀내기 위한 영거 박사의 정신 분석, 그리고 엉겁결에 사건을 수사하게 된 리틀모어 형사. 과연 소녀에게 억압된 기억은 무엇이고, 범인은 누구일까? 

  기본적으로 정신분석 시에는 카우치를 사용한다고 알고 있다.(최소한 고전적 정신분석파에서는) 환자는 편하게 누워있고, 정신분석가는 환자의 머리 뒤쪽에 앉아 환자가 자신의 내면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온 시기는 카우치를 도입하기 이전인지(확실히 언제부터 카우치를 사용했는지 집에 자료가 없는 관계로) 노라는 영거 박사를 자신의 아버지로 전이시켜 때로는 애정을, 때로는 분노를 표출한다. (심지어는 뜨거운 물이 들어있는 주전자를 던지기까지) 노라의 이런 행동은 자연스럽게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로 연결이 되고, 영거 박사는 이에 대해 분석해가기 시작한다. 영거 박사 덕분인지 소녀는 억압된 기억에 대해 떠올리고 범인을 지목한다. 하지만 범인에게는 탄탄한 알리바이가 있는데...한편, 경찰에서도 노라가 지목한 범인과 같은 인물을 용의자 선상에 올리고 여러가지 물증과 증인들을 확보해간다. 과연 지목된 용의자는 진짜 범인일까?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범행을 저질렀을까? 

  20세기 초를 배경으로 삼고 있는 이 소설은 한 챕터 안에서도 다양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굉장히 호흡이 짧다. 그 때문인지 비교적 지루하지 않게 책을 읽어갈 수는 있었지만 사실 책을 읽으면서 왠지 밍숭밍숭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리 영거 박사와 리틀모어 형사가 온갖 고생을 하며 돌아다녀도 '흠. 좀 재밌어지려나'라는 생각이 들 뿐 큰 관심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예 이들의 모험(?)에 집중을 하거나, 프로이트의 심리학적인 부분에 집중을 했다면 좋았을텐데 다양한 층위에서 소설을 써나가다보니 좀 얄팍한 느낌도 들었다. 여기에 햄릿에 대한 분석과 프로이트와 융의 갈등과 같은 소재까지 다루고 있으니 자연히 이야기의 중심이 분산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그 모든 것이 뒤섞여 제대로 된 이야기가 나온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작가가 자신의 지식을 최대한 독자에게 보여주고 싶어했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들었다. (저자는 프로이트에 대해 졸업논문을 썼고, 셰익스피어도 전공한 법률학자라고 하니 나의 이런 생각도 어쩌면 틀린 것이 아닐지도)

  전체적으로 평이한 내용이라 크게 어렵지는 않았지만, 그만큼 아쉬움도 남았다. 결말 부분에서는 결국은 이건가 싶기도 했고. 두께베 비해 가독성이 좋다는 건 장점이지만 내게는 다소 아쉬움이 남았던 책. 그나저나 이 책을 읽다보니 지난 번에 읽다가 만 <꿈의 해석>이 다시금 생각난다. 아마 <살인의 해석>이라는 제목도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에서 따온 것이 아닐까 싶은데... 어쨌거나, 다소 아쉬움이 남긴 했지만 그나마 리틀모어 형사의 매력때문에 지루하지 않게 읽어갈 수 있었던 책이었다. 프로이트와 융에 대해 기본적인 지식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더 재미있을 것 같고, 이들에 대한 지식이 없다고 해도 크게 어려움은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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