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성술 살인사건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옮김 / 시공사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모든 트릭이 세상에 공개돼 괴로운 소설. 사실 추리소설에서 트릭은 전체 이야기 가운데 작가가 당당하게 선보이는 일종의 필살기이다. 때문에 작가는 독자들에게 도전장을 내밀기도 하고, 설사 작가의 도전장이 없다고 하여도 독자는 작가가 만들어낸 트릭을 알아내려고 애쓴다. 물론, 이도저도 모르겠다하고 작가가 이끄는대로 따라가는 수도 있겠지만. 어쨌거나, 그런 트릭이 만천하에 공개됐으니 이제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겠지만 그래도 이 소설은 나름의 매력이 있었다. 

  40년 전, 세상을 떠들석하게 한 일가족을 둘러싼 살인사건이 있었다. 예술가인 아버지의 죽음, 그 곳에서는 아조트 살인을 계획한 수기가 발견된다. 그 노트에 의하면 그는 자신의 여섯 딸들을 이용해 아조트(각기 다른 별자리를 타고난 여섯 딸의 몸에서 각각 축복받은 신체를 절단해 완벽한 하나의 여인을 만듦)를 만들어내려했다. 아버지의 죽음의 기억이 사라지기도 전에 여섯 딸들은 사라져버리고, 시체로 하나씩 발견되기 시작한다. 40년 간 사람들 사이에서는 과연 범인이 누구인가를 두고 갖가지 추리가 벌어졌지만 아직까지 해결을 보지 못한 상태. 점성술가이면서 탐정의 재능도 가지고 있는 미타라이에게 이 사건의 새로운 국면을 맞게 할 또 다른 수기가 의뢰인으로부터 들어오게 되고, 이에 사건 해결을 위해 미타라이는 친구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이시오카와 조사를 시작한다. 

  이야기 속에서 미타라이는 홈즈에 대해 "허풍쟁이에 교양없고, 코카인 중독, 망상벽, 현실과 환상의 구별을 못하는, 매력이 철철 넘치는 영국인"이라고 표현하며 홈즈의 위상을 끌어 내린다. 이에 자칭 셜로키언인 나는 잠시 분노(?)했으나 책 속에서도 나 대신 분노해주는 이시오카가 있어서 조금 마음이 풀렸다. 뭐 그 뿐 아니라 홈즈에 대해 비평을 하고 있다고 해도 이 이야기에 나오는 캐릭터도 어떻게 보면 셜록홈즈와 왓슨박사의 변형으로 볼 수있을 것 같았다. (셜록홈즈는 미타라이, 왓슨은 이시오카) 

  초반에 굉장히 힘을 뺐기 때문에 끝까지 읽어갈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초반에 무너진 둑에서 넘친 물처럼 콸콸 쏟아지는 점성술에 대한 이론과 여섯 딸들의 이름, 그리고 그 외 인물들에 대한 얘기, 게다가 낯선 일본 지명들까지. 이 책은 여간 집중하지 않으면 누가 누구인지, 이게 누구 얘기인지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이해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야기는 계속 계속 페이지를 넘겨갈 수 밖에 없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계속 읽어가다보니 읽으면서 정리가 되는 부분도 있었고. 솔직히 말하면 트릭만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기에 그리 신선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만약 내가 이 트릭이 사용된 다른 작품을 보지 않고 이 책을 봤더라면 그 충격은 꽤 컸을 듯. 이럴 땐 그저 이 책을 나중에 만난 것을 안타까워하는 수밖에. 

  제법 두껍긴 하지만 초반에만 고생을 하면 후반으로 갈수록 긴장감이 더해지는 책이었다. 나처럼 이미 트릭을 알고 있는 독자라고 해도, 트릭 외에도 미라타이의 매력이라는 다른 무기도 있으니 한 번쯤 일독해봄도 좋을 듯 싶다. 험한 산길을 겨우겨우 지나 꼭대기에 올랐을 때의 그 짜릿함을 느낄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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